미, 동유럽 공군기지 추가…슬로바키아, 격론 끝 협정안 가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군이 앞으로 10년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슬로바키아의 공군기지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의회는 미국과 맺은 '방위 협력 협정'을 격론 끝에 이날 간신히 통과시켰다. 통과를 위해서는 전체 의원 150명 중 과반이 넘는 76명의 찬성표가 필요했는데, 이 협정안에 79명이 찬성했다.

주자나 차푸토바 대통령이 이에 서명하면서 슬로바키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지역에서 방위 협정을 맺은 마지막 국가가 됐다.

이번 협정으로 미군은 향후 10년간 슬로바키아의 두 개 공군기지 슬리악과 말라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슬로바키아는 이들 기지 현대화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1억 달러(약 1천200억 원)를 지원받게 된다.

현재 나토에는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30개국이 동맹국으로 가입돼있다.

우크라이나와 산악 국경 지대를 접하고 있는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와 대치 국면에서 다른 동유럽 국가들이 미군 확대를 지지해 온 것과는 달리 논란이 돼 왔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4.1%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긴장에 대한 책임이 나토와 미국에 있다고 답했다.

이는 러시아에 책임이 있다고 답한 34.7%보다 더 높은 수치다.

그러나 슬로바키아 정부는 이번 협정이 다른 23개 나토 동맹국들이 이미 사인한 협정과 같은 선상에 있음을 강조해 왔다. 의회 투표 전 야로슬라프 나드 국방장관은 "이번 협정은 미국과 함께 우리의 방위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것"이라며 "동맹은 우리의 주권을 보장하며, 그것이야말로 동맹국이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베르트 피코 야당 대표는 "기만적이고, 더럽고, 나쁜 협정"이라며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슬로바키아가 미국 영토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