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우윳값 인하' 강행에…낙농가 "공급 거부 강경투쟁" [강진규의 농식품+]

사진=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가 우유 수급조절기관인 낙농진흥회의 정관의 인가를 철회하는 행정처분을 했다. 낙농진흥회 이사회 개의 조건(3분의 2 이상 참석)이 없어지면서 생산자 반대로 개최되지 못하고 있던 이사회가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사회를 열어 우유 가격결정 구조 개편안을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낙농가들은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는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납유(우유 공급) 거부까지 불사하는 강경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낙농진흥회 이사회 개최 가능해져

10일 낙농육우협회와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일 낙농진흥회 정관 제31조의 인가를 철회했다.

해당 정관은 이사회 3분의 2가 출석해야 개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낙농진흥회 이사회 총 15명 중 7명이 생산자 측 대표로, 이들이 불참하면 논의를 시작할 수 없는 구조다. 이 규정이 무효가 된 만큼 향후 농식품부가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소집하면 생산자 측의 참여 없이도 개의가 가능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민법에 따라 과반이 참석하면 개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같은 조치를 한 것은 물가안정과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유 가격 인하가 시급하다고 판단해서다. 정부는 원윳값이 생산비 등락에만 좌우되는 현행 체계가 우윳값을 계속 끌어올린다고 보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하고 음용유값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값은 더 싸게 책정하는 제도다. 원유 가격 결정 체계에 시장 수요를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생산비에 연동돼 현재 L당 1100원까지 오른 원유 가격을 가공용에 한해 800원 선으로 낮추고 정부가 200원을 보조해 유업체에게 600원에 공급한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안에 대해 낙농가가 농가소득 감소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면서 제도 도입 논의가 수개월째 공전해왔다.

낙농가, "우유 공급거부 강경투쟁"

정부의 강경조치에 낙농가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오는 16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농정독재 철폐, 낙농기반 사수’ 낙농인 결의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한 낙농가에서 우유를 폐기하는 모습. 당시 생산자들은 우유 가격 협의 결렬 이후 공급 거부에 나선 바 있다. 자료=연합뉴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을 '농정독재자'로 지칭하며 “‘물가안정’이라는 미명하에, 관료출신 유가공협회장과 결탁해 행정권력 남용을 통해 농민(낙농가) 탄압정책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준법투쟁(집시법 및 방역수칙 준수)을 통해 낙농가의 어려운 실정을 외부에 알리고 청와대와 정치권에 김현수 장관의 파면과 낙농회생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낙농육우협회는 이와 함께 사료값 폭등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FTA 피해 대책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배합사료값이 20%, 조사료는 50% 값이 올라 목장의 경영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최근 목장들의 부채는 21% 늘고, 폐업 목장은 67% 증가했다.

낙농육우협회는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지역단위 동시다발 집회, 납유(우유 공급)거부 불사 강경투쟁과 법적투쟁을 끝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