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학교 업무 재구조화' 위기…시범학교 공모에 1곳만 신청

행정직공무원 노조 반발 중…도교육청 "논의 거쳐 향방 정할 것"

교무실 업무 일부를 행정실로 이관하려는 경기도교육청의 '학교 업무 재구조화' 사업이 첫걸음부터 흔들리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10일 학교 업무 재구조화 사업 시범 시행 학교를 공모한 결과 1곳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도 교육청은 지난달 17일부터 전날인 9일까지 시범학교 20곳 선정을 목표로 공모를 진행했다.

그러나 공모에 응한 학교가 목표치에 크게 못 미쳐 사업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학교 업무 재구조화 사업은 학교 내 각종 행정업무 담당 부서를 재분류하는 작업으로, 초등 17개, 중·고등 16개 교무실 업무를 행정실로 이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도 교육청은 교사들이 학생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고자 작년부터 현장 의견을 수렴해 대상 사무를 정했다.

주요 대상 사무는 ▲ 학교 회계업무 ▲ 강사 등 인력채용 ▲ 배움터지킴이 채용 및 관리 ▲ 교과서 주문 및 정산 ▲ 학교방송실 운영 사무 전체 ▲ 미세먼지 ▲ 학교운영위원회 사무 전체 ▲ 초등돌봄 및 방과후학교 사무 전체 ▲ 유아학비 ▲ 수업 및 시험시간표 작성 ▲ 학생증 발급 등이다. 도 교육청은 시범학교에 대해 올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2년간 해당 사무를 행정실에서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 업무 매뉴얼 개발, 학교 행정업무 간소화 방안 발굴 과제 등을 진행하는 대신 일반직 공무원(교육행정직) 교당 2명 증원, 학교 운영비 교당 약 2천만원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내걸었지만, 결과적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공모 기간 여러 학교로부터 해당 사업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는 등 관심도 자체는 낮지 않았다"며 "교내 행정직 공무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보니 학교 측에서도 조율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신청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공모 기간을 연장할 계획은 현재까지 없으며, 내부 논의를 통해 사업의 향방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 업무 재구조화 사업을 '교원업무 행정실 떠넘기기'로 규정하고 반발해온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청본부 경기교육청지부는 전날 도 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도 교육청은 잘못된 정책을 중단하고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안재성 지부장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학교 업무 재구조화 시범학교 사업의 한계가 이번 공모 결과에서 드러났다"며 "도 교육청은 교내 구성원들 간 갈등만 부추겼던 이번 정책을 신속히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