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빨리 사야 돈 번다"…귀성 대신 설 연휴 '명품 오픈런'

"연휴 지나면 또 오른대"…고향 가는 대신 명품매장 앞 줄섰다

설 연휴 백화점 명품 매출 20~30%↑
'보상소비+가치소비' 심리 맞물려

소비자들 사이에선
"설 지나면 가격 또 올라…하루라도 빨리 사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선 모습. 연합뉴스
서울 잠실에 사는 직장인 박수현 씨(29)는 올해 설 연휴에 귀성 대신 '명품 오픈런'을 택했다. 평소 회사에 연차를 내기 어려워 오픈런 엄두를 못 내다가 명절 연휴를 맞아 새벽부터 백화점 매장으로 가 줄을 섰다.

박 씨는 “설 연휴 전 받은 상여금을 보태 원하던 가방과 지갑을 구매했다”며 “고향에 가면 언제 결혼할 거냐, 이직은 할거냐 같은 잔소리만 듣는데 이번 설은 나를 위해 보내기로 했다. 그 중 하나가 오픈런”이라고 말했다.설 연휴에도 명품 오픈런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주축은 MZ(밀레니얼+Z)세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보상소비'와 더불어 MZ세대 사이에서 각광받는 '가치소비'(나를 위해 투자하는 소비) 트렌드가 올해도 명품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더욱이 설 연휴 이후 명품 가격 인상이 줄줄이 예고된 점도 오픈런을 부추겼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 5일간(1월29일~2월2일)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명품 관련 매출은 지난해 설 연휴 대비 20~30%가량 증가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거래도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SSG닷컴은 작년 설 연휴에 비해 28%, 롯데온은 4배 이상 명품 매출이 증가했다.

이번 설 연휴가 5일로 길었던 데다 고향을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쉬면서 가까운 백화점 나들이에 나선 인파까지 더해져 주요 백화점 명품 매장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는 귀띔이다. 특히 MZ세대의 구입이 두드러졌다는 분석. 상여금, 세뱃돈 등 여유자금에 졸업·입학 시즌까지 겹치면서 명품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설 연휴 기간 아내와 함께 오픈런을 한 윤모 씨(32)는 “코로나19 때문에 모임을 부담스러워 하는 가족·친지들이 있어 고향에 가지 않은 김에 오픈런을 했다”면서 “명절이라 한산할 줄 알았는데 새벽부터 사람들이 줄 서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명품 수요가 많긴 한가보다”라고 했다.

회사원 감유미 씨(35)도 “2월 중 값이 오르는 명품들이 있을 것이라고 해서 연휴 마지막 날 백화점을 들렀는데 사람들이 몰려 물건을 제대로 보기도 힘들었다”며 “영하권 추위에도 아침 일찍 서둘러 줄을 서지 않으면 입장조차 어려운 매장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 연휴가 끝나면서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다시 가격 인상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는 지난 8일부터 제품 가격을 최대 10% 이상 올렸다. 테수토백으로도 불리는 ‘리에디션 사피아노 가죽 트리밍 리아일론 숄더백’ 가격은 기존 190만원에서 200만원을 넘겼다. ‘브러시드 가죽 미니 백’은 217만원에서 241만원으로 약 11%(약 25만원) 인상됐다.명품시계 브랜드인 브라이틀링은 이달 중 가격을 5%가량 인상할 계획이다. 앞서 태그호이어는 지난 7일 이미 가격을 올렸다. ‘다이버 워치’로 유명한 아쿠아레이서 300 시리즈의 오토 배트맨(389만원)은 인상 후 408만원 선에서 판매된다. 루이비통, 고야드 등도 올 상반기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