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전 美대사, '삼성맨' 된다…북미 대관담당 부사장으로 영입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49·사진)가 삼성의 북미지역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임원으로 옮긴다. 삼성은 미국의 정책 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리퍼트 전 대사를 스카우트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퍼트 전 대사의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영입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업계와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리퍼트 전 대사는 다음달 부터 삼성전자 북미총괄 대외협력팀장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퍼트 전 대사의 직급은 부사장으로 정해졌으며 현재 최종 계약 조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퍼트 전 대사는 삼성전자 소속으로 워싱턴DC 사무실에 상주하면서 삼성의 북미 지역 대관 및 홍보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데이빗 스틸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맡던 자리다.

한 소식통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안보와 경제를 연관시킬 정도로 글로벌 경제 현안을 중시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삼성도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미국에서 전문성과 인맥을 인정받고 있는 리퍼트 전 대사를 데리고 오는데 공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 출신으로 삼성전자 글로벌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김원경 부사장이 리퍼트 전 대사의 영입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퍼트 전 대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미 기술동맹 확대 과정에서 미국 정부와 삼성의 가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삼성은 미국이 기술동맹에서 가장 중시해온 반도체와 배터리, 백신을 모두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2024년까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20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2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리퍼트 전 대사는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2005년 당시 상원의원이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다.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2년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를 거쳐 국방장관 비서실장 등으로 일했다. 2017년 주한 미 대사를 그만둔 뒤엔 미국 보잉의 해외 대관 담당 부사장과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 등을 역임했다.

2020년 6월부터 최근까지는 구글의 유튜브에서 아시아·태평양의 대(對)정부 정책 업무를 총괄했다.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의 정부를 대상으로 유튜브 정책을 설명하고 조율하는 역할이었다.

리퍼트 전 대사는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14년 10월 최연소 주한 미 대사로 부임했으나, 이듬해 한 조찬 강연회에서 흉기 테러를 당해 얼굴을 다치기도 했다. 당시 한국말로 한·미 동맹의 상징인 “같이 갑시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그는 본인의 아들과 딸의 이름을 세준과 세희로도 짓고 2017년 주한 미대사를 그만둔 뒤에도 미국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배워 자녀들에게 가르쳤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팬으로서 두산의 주요 경기도 여러차례 직접 관람했다. 올해 설 명절엔 한복을 입은 자녀들이 세배를 올리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