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으면 찍을수록 하늘이 반긴다…스릴만점 빙벽 등반

Cover Story

겨울스포츠의 꽃
아이스클라이밍

강원도 원주, 판대아이스파크
아시아 최대 인공 빙벽장 자랑

얼음 깨부수며 정상 오를 수록
땀범벅, 쾌감 흠뻑

얼음 떨어질 땐 落 외치는 게 매너
아시아 최대 인공 빙벽장인 강원도 원주 판대아이스파크 /사진=정소람 기자
지난 6일 오전 찾은 강원 원주 판대리 판대아이스파크. 몇㎞ 앞 도로부터 한눈에 다 담기 힘든 거대한 수직 빙벽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짧은 30m짜리부터 100m 높이까지 깎아지른 듯한 아찔한 얼음 절벽이 맑은 하늘빛으로 빛났다. 이곳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공 빙벽장. 등반객들은 묵직한 얼음도끼(아이스바일)를 연신 찍어대며 쉴 새 없이 위로 오르고 있었다. ‘겨울왕국’ 같은 멋진 풍경 속에서 얼음을 깨부수며 정상을 향하는 스포츠, 빙벽등반(아이스클라이밍)의 매력을 직접 느껴봤다.

땀 흘리며 즐기는 아찔한 ‘스릴’

아이스클라이밍은 국내에 소개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인기 겨울 스포츠다. 원리는 암벽 등반과 같지만, 얼음 위에서 하기 때문에 반드시 특수 장비가 필요하다. 이날 일일 체험을 도와준 코오롱등산학교의 양무석 교무 교사는 “헬멧, 빙벽에 오르기 위한 전용 빙벽화, 얼음을 찍고 지지하기 위한 크램폰(빙벽용 아이젠), 로프 등이 기본”이라며 “장비를 갖추는 데 최소 200만원 정도가 드는 등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등산 경험이 많고 특별한 레저를 원하는 40대 이상이 주로 즐긴다”고 설명했다.아이스클라이밍을 제대로 하려면 최소 며칠간의 실내 빙벽장 교육을 받는 게 정석이다. 그러나 이날은 일일 체험인 만큼 낮은 높이의 야외 빙벽에서 기초를 배웠다. 갈고리처럼 생긴 1㎏ 안팎의 아이스바일을 휘둘러 머리 위쪽에 지지 기반을 만들고, 빙벽화 앞쪽 돌출된 크램폰으로 얼음 벽을 키킹(발로 차는 기술)해 고정시켜 조금씩 올라가는 게 기본이다. “아이스바일은 손목에 힘을 빼고 장비 무게를 느끼면서 머리 위쪽에서 수직으로 스윙(내려찍기)하세요. 얼음을 찰 때는 엉덩이를 뒤로 빼 공간을 확보하고, 약간 아래쪽에서 위로 찍는다는 기분으로 차야 수평으로 박혀요.”(양무석 교사)

설명을 들었지만 쉽지는 않았다. 바일을 외곽에서부터 휘두르면 얼음이 부서져 얼굴 위로 쏟아져 내렸다. 몸을 뒤로 늘어뜨린 후 정확히 타격점을 보고 키킹해야 하지만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몸통은 계속 빙벽 쪽으로 붙었다.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방법이 조금씩 몸에 익었다. 아이스바일이나 크램폰이 한번에 착 붙어 들어갈 땐 상당한 쾌감이 있었다. 공간 확보를 제대로 못 했을 땐 무릎이 계속 빙벽에 부딪쳤다. 고통도 잊은 채 어느새 약 20m 높이까지 올랐다. 발아래를 보자 까마득한 높이에 전율이 흘렀다. 그도 그럴 것이 건물 7층가량의 높이다. 절벽 경사가 심해지면서 난도가 높아졌다. 조금 더 올라가고 싶었지만, 안전을 위해 이쯤에서 도전을 마치기로 했다.
원주 판대아이스파크에서 본지 김채연 기자가 아이스클라이밍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정소람 기자

낙빙·추락 등 사고 유의해야…전문학교 교육은 필수

아이스클라이밍은 겨울철 꽁꽁 얼어붙은 자연 폭포 등에서도 즐길 수 있다. 설악산 토왕성 폭포, 경북 청송 얼음골, 강원 인제 매바위, 경기 포천 바름폭 등이 인기 빙벽 체험지다. 설산 등반과 백패킹, 아이스클라이밍을 함께 결합해 즐기는 마니아도 적지 않다. 아이스클라이밍을 취미로 즐기고 있다는 김성일 씨(68·가명)는 “은퇴 후 히말라야 8000m 봉우리를 완등하는 등 다양한 자연 속 레저를 즐겨왔지만, 아이스클라이밍만의 거친 매력이 있다”며 “겨울 한파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겨내는 스포츠일 것”이라고 말했다.

짜릿함 속에서도 안전 수칙은 기본이다. 추락 사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코오롱등산학교 같은 전문 학교 교육을 거치거나 숙련자가 속한 팀에서 함께 도전해야 한다. 낙빙에 부상을 입을 수 있어 주변 사람들의 소리에도 늘 귀 기울여야 한다. 큰 얼음이 떨어지게 되면 ‘낙!’(낙빙이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서로 외쳐주는 게 매너다. 또 장시간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의류나 도구를 챙기는 게 좋다.

원주=정소람/김채연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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