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시대의 아이콘' 조건은 진정성·투명성

아이코니스트

제이미 머스터드 지음
이은경 옮김
한국경제신문
320쪽│1만8000원
첫 마디의 멜로디 ‘바-바-바-밤!’이 계속되는 운명 교향곡을 만든 베토벤,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반복해 잊을 수 없는 연설문을 남긴 마틴 루서 킹 목사, 해바라기 자화상 같은 거대한 이미지를 대담한 색채로 담은 명화들을 그린 반 고흐….

이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오래도록 기억될 만한 작품을 남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대담하며 단일한 이미지, 문장, 멜로디, 디자인을 갖고 있다. 《아이코니스트》는 넘쳐나는 콘텐츠와 광고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기억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서다. 미디어 컨설턴트인 저자는 아디다스, 인텔, 시스코 등 다국적 기업의 전략적 메시징과 브랜딩 개발을 도운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것이 잊을 수 없는 아이콘이 되고, 어떤 것은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지 연구한다.저자는 블록과 아이콘이라는 개념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블록은 간결하고 분명하고 대담하며 단일한 이미지를 말한다.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블록처럼 누구나 쉽고 즉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메시지다. 이 블록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져서 마음속에 새겨지는 순간, 블록은 아이콘이 된다.

그렇다면 크고 단순하게 만든 디자인, 음악, 메시지를 반복하기만 하면 블록이 되는 걸까? 저자는 성공적인 블록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듭니다”라며 스스로 완벽하다고 치켜세우는 기업이 많다. 디지털 시대에 이런 자아도취적인 주장은 사실상 거짓말과 동의어로 느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지’ 주장하는 제품과 사람이 넘쳐난다는 것. 대신 상대방의 관심사와 당신이 실제로 하는 일 사이의 교집합에 집중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정확하고 솔직한 정보를 담은 블록은 신뢰성을 확보해 추천이나 소개를 통해 널리 퍼지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투명성도 블록의 중요한 전략이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제시하면 목표 대상은 스마트폰으로 그것을 확인한 다음 즉시 거부한다는 것. 너무나 많은 정보와 자기 홍보 주장이 쏟아질 때, 사람들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누군가가 솔직하게 털어놓고 진실을 말해주기를 바란다는 얘기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