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청년 일자리는 누가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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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규모와 청년고용' 연구 보면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인구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추세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며 청년들의 고용시장 상황이 매우 어렵다. 기성세대의 기득권이 청년 일자리의 장애물이라는 지적마저 나오며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놓고 세대 간 갈등이 부각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작년 12월 한국금융연구원 ‘한국 경제의 분석’ 패널 토론회에서 발표된 청년 일자리와 관련한 연구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규모 클수록 청년고용 비중 높아
300인 이상 기업 기여 두드러져
시장 선택받은 기업이 일자리 창출
스타트업·벤처 육성만 집중 말고
중견·대기업 생산성 높일 정책 필요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첫 번째는 서강대 경제학과 전현배 교수와 신동한 박사의 ‘기업 규모와 청년 고용에 관한 연구’다. 이들은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기업통계등록부 및 종사자-기업체 연계 데이터를 활용해 2015~2019년 기간 국내 모든 기업의 연령별 고용을 분석했다. 기업 규모를 1~9인, 10~49인, 50~299인, 300인 이상 기업으로 나눠 봤을 때, 이 기간 동안 1~9인 규모(주로 신규 진입) 사업체를 제외하면 순고용창출은 마이너스(-)로서 노동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그런데 30세 미만 청년 근로자의 비중은 1~9인 기업 사이에서 약 18.02%, 10~49인은 22.48%, 50~299인은 24.09%, 300인 이상에서 26.16%로 조사됐다. 기업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청년 고용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계 경력이 10년 이상인 기업에서 청년 고용이 두드러졌다.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가 주로 고연령 종사자 위주로 이뤄진 반면, 오히려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청년 고용 기여도가 컸다.
즉, 청년 고용 창출의 주역이 소규모 창업, 스타트업, 벤처기업이란 통념과 달리 실제로는 규모가 크고 업력이 10년 이상인 기업들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주된 역할을 담당했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청년 일자리가 창출됐다.
두 번째는 중앙대 강창희 교수와 한국은행 정희진 조사역의 ‘법정 정년 연장이 고용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 패널 조사 자료를 이용해 2013년 정년 연장 효과를 살펴본 이들 연구에 따르면, 법정 정년 연장이 기업체의 중장년 고용은 다소 감소시켰지만, 청년층 고용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즉 일반적 통념과 달리 중장년층과 청년층이 일자리를 두고 서로 경쟁하는 대체 관계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세대별 인적자본 축적을 통한 경제 성장 경로를 분석한 비비 차리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와 휴고 호펜하인 UCLA 교수가 ‘저널 오브 폴리티컬 이코노미’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구세대와 신세대의 노동은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에 있다. 이들의 이론에 따르면 구세대의 경험과 지식이 청년들에게 잘 전수돼야 인적자본 축적이 원활하며, 나아가 경제의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과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의사들이 수련의 과정을 통해 선배 의사들로부터 각종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아야 더 훌륭한 의사로 성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엔은 65세 이상을 부양인구로 분류한다.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활동인구 대비 부양인구 비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수명이 길어졌다는 것은 노령층의 건강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3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고(故) 로버트 포겔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1790년부터 1890년 사이 약 100년간 영국 경제 성장의 약 3분의 1이 노동자들의 영양 상태 개선에 기인한다고 했다. 오늘날의 65세는 과거와 달리 매우 건강하다. 이들의 노동력과 경험을 잘 활용하는 것이 청년들의 생산성 향상과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청년 고용에 관한 정책이 스타트업, 벤처기업 육성에만 집중되지 않고 중견기업, 대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산성 높은 사업체가 잠재력을 발휘해 빠르게 성장하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또한, 고령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잘 전달되도록 정년도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자신이 만든 정책이 본인의 아이나 조카가 오래 일하고 싶은 일자리를 만드는지 한 번만 더 고민하면 좋겠다.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만드는 기업, 시장에서 선택받은 기업이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