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빅3' 차세대 위성 선점 경쟁

'뉴 스페이스' 기술 확보에 사활

LIG넥스원, 佛탈레스와 합작
KAI, 스페이스X와 개발 협업
한화시스템은 우주 인터넷 공략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연구원들이 경남 사천시 본사 공장에서 제작 중인 인공위성을 점검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산 빅3’ 업체들이 무기 수출을 넘어 차세대 위성사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성사업은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핵심이다. 국내 기업들은 에어버스, 스페이스X,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 등 글로벌 위성 제작업체와의 협력뿐 아니라 순수 국내 기술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위성으로 뉴스페이스 시동

1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이달 초 유럽 최대 인공위성 제작업체인 프랑스 탈레스와 다목적 정지궤도 위성 제조를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위성 제작업체를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해 탈레스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IG넥스원은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6호 개발을 위해 에어버스DS와 손잡았으나 ‘위성의 눈’으로 불리는 합성영상레이더(SAR) 부품 공급이 늦어지면서 발사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이번엔 탈레스와 손잡고 2027년 발사 예정인 다목적 정지궤도 위성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LIG넥스원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위성부품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할 채비도 서두르고 있다. 국내 우주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7234억원이 투입되는 KPS 개발 사업은 올해부터 14년간 진행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LIG넥스원이 주축이 돼 총 3조7234억원이 투입된다. 한국은 자체 위성항법시스템이 없어 미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위성 핵심 구성품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이라며 “KPS 개발로 7조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사업과 UAM 시너지”

KAI는 위성 개발을 위해 스페이스X, 에어버스 등과 잇단 협력에 나섰다. 지난해 4월엔 스페이스X와 차세대 중형위성 4호 발사체 계약을 맺었다.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 사업은 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하고 KAI가 개발자로 참여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2025년 발사 예정인 4호 위성을 스페이스X 발사체에 실어 쏘아 올린다는 계획이다.

에어버스와는 위성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작년 10월 맺은 데 이어 올초 실무 전담반을 구성해 국내외 위성시장 진출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AI와 에어버스는 소형 저궤도 위성 개발을 위한 협력에 주력할 계획이다. 운영고도가 500~2000㎞가량인 저궤도 위성은 주로 지구 관측 및 감시 정찰 분야에서 활용된다. 속도가 다른 위성에 비해 빠른 것이 특징이다.

한화시스템은 영국 위성 스타트업 원웹과 손잡고 저궤도 소형위성을 앞세워 우주 인터넷망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우주 인터넷망이란 지구 상공에 수백 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5세대(5G)망을 구축하는 서비스다. 한화시스템은 여러 개의 소형 위성을 지상 기지국과 연결하는 위성통신 안테나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연말까지 시제품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방산 빅3 업체가 추진하는 위성사업의 공통점은 ‘시너지’다. 단순히 위성을 상공으로 쏘아 올리는 것을 넘어 향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과 시너지를 내는 게 목표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2020년 3873억달러에서 2030년 5995억달러, 2040년 1조달러까지 연평균 5.2%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인공위성 수는 2021년 8018대에서 2025년 2만 대, 2030년 3만8018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