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敵의 뇌구조를 이해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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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심리학책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이 벌어진다. 그럴 때 사람들은 인간의 뇌와 마음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달려가곤 한다. 인간은 왜 편을 가르는지, 생각과 행동은 왜 따로 노는지, 권력은 왜 부패하는지…. 이에 대한 답을 주는 책들이 출간됐다.
대개 열린 생각, 합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편향이 덜하다. 그런데 우리편 편향은 달랐다. 인지 능력이 뛰어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에게도 우리편 편향은 그대로 나타났다. 전문적인 추론가, 이른바 가방끈이 긴 사람, 고도로 지적인 사람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연구에 따르면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는 사람들 혹은 고급 언론 출처에 꾸준히 몰두하는 고학력자가 우리편 편향에 빠져들 위험이 컸다.
이런 편향을 줄이기 위해선 자신의 신념을 꾸준히 의심해야 한다. 관점을 바꿔서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저자는 이를 아이스크림과 브로콜리에 비유한다. 우리편 편향은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같다. 하지만 아이스크림만 먹으면 건강을 해친다. 일부러 브로콜리를 먹듯 편향을 줄이기 위한 인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인지조절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전전두엽이 별다른 기능을 하지 않는다고 착각했다. 중요성이 드러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책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인지심리학 실험, 컴퓨터 시뮬레이션, 최신 고고학적 발견 등을 토대로 인지조절의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 이어 인지조절에 관해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쉬운 말로 설명한다. 저자는 “인지조절을 날카롭게 유지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 기능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제도적 민주주의가 보장돼 있더라도 좋은 지도자를 선출하기는 쉽지 않다. 뇌의 본능이 선사 시대에 머무르고 있어서 지도자를 선택할 때 오류가 발생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여성보다 남성, 남성 중에서도 신체적으로 강인한 남성을 선호하는 수렵채집 시대의 지도자 선택 기준을 뇌가 아직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