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태양'에 한발짝 더…유럽, 핵융합 실험 5초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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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물 없는 '꿈의 에너지'유럽 과학자들이 ‘인공 태양’ 개발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를 구현한 핵융합 발전 실험에서 기념비적인 결과를 얻어내면서다.
이전 기록보다 2.7배 더 생성
주전자 60개 끓일수 있는 양
영국 BBC는 유럽 공동 연구진이 영국원자력청(UKAEA)이 운영하는 핵융합 연구장치 제트(JET)를 통해 5초간 59MJ(메가줄)의 핵융합 에너지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1997년 비슷한 실험에서 얻어낸 22MJ의 약 2.7배다. 이언 채프먼 UKAEA 청장은 “기계에 작은 태양을 만들어 5초 동안 에너지를 생산한 것과 같다”며 “이번 실험은 우리를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핵융합은 원자력 발전처럼 핵에너지를 사용하지만 작동 방식은 원자력 발전의 핵분열과 정반대다. 핵분열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핵이 분열하면서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핵융합은 수소를 결합해 헬륨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사용한다. 태양이 스스로 빛과 열을 낼 수 있는 것도 내부에서 이런 핵융합 반응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덕분이다. 핵융합 발전을 인공 태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핵융합 반응의 재료가 되는 중수소는 지구에 사실상 무한으로 존재한다. 발전 과정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도 나오지 않는다. 핵융합이 ‘꿈의 청정 에너지’로 불리는 이유다.
이번 실험에서 얻어낸 59MJ은 전력 단위로 11㎿에 불과하다. 약 60개의 주전자를 끓일 수 있는 수준이다. 희망적인 결과지만 상용화는 멀었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하지만 UKAEA와 함께 연구를 수행한 핵융합 프로젝트 유로퓨전의 토니 던 프로그램매니저는 “5초에서 5분, 5시간 등으로 확장해 나가며 핵융합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과학자들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게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참가한 핵융합 장치 개발 협력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ITER 프로젝트는 2025~2026년 핵융합을 시작한다는 것을 목표로 프랑스에서 핵융합로를 건설 중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