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원, 아이스하키협회장 지위 확인 소송 사실상 패소(종합)

법원 "대한체육회 인준 거부 적법"…아이스하키협회는 소송에 불응
체육회 "법원 판결 존중…협회가 조속히 정상화되도록 노력하겠다"
'맷값 폭행' 논란으로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인준이 거부된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가 회장 지위 확인 청구 소송을 냈지만 사실상 패소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3부(성창호 부장판사)는 10일 최 대표가 대한체육회에 제기한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 지위 확인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대표는 2020년 12월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차기 회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으나 '맷값 폭행' 논란으로 비판적 여론이 거세져 대한체육회로부터 인준을 거부당했다.

이날 재판부는 대한체육회가 최 대표의 인준을 거부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소송 비용은 최 대표가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피고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측이 변론에 나서지 않아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보는 '자백간주 판결'을 내렸다.

최 대표가 2010년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50대 운수 노동자를 불러 폭행하고 '맷값'으로 2천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나면서 '맷값 폭행' 논란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영화 '베테랑'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혐의로 최 대표는 이듬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대한체육회의 결정에 반발해 최 대표는 법원에 회장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최 대표는 승소를 자신했다.

국내 유수의 법무법인 4곳에 자문한 결과 '결격 사유가 없다'는 유권 해석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해 5월 최 대표 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이날 본안 소송에서도 대한체육회의 손을 들었다.
최근 대한체육회는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1년 이상 회장 궐위 상태인 점 등을 들어 조직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회장 선거를 다시 시행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체육회 관계자는 "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앞으로도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절차에 따라 조속히 정상화가 될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가 사실상 패소하면서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직 공석 상태는 더 길어지게 됐다.

최 대표의 항소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 대표는 지난해 12월 최종 변론기일에서 '패소할 경우 항소할 것이냐'는 질문에 "항소는 검토를 더 해봐야 한다.

회장 공백기가 더 길어지면 협회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분이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며 사실상 항소 포기에 무게를 뒀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판결문을 확인하고 당선인(최철원 대표)의 의중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당선인이 항소의 뜻이 없다면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회장 선거를 언제 치를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 대표가 항소를 포기하고, 이에 따라 협회가 이른 시일 내에 재선거를 치르더라도 마땅한 후보를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 대표는 2020년 12월 차기 회장 선거에서 상대 후보인 전영덕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동문회장을 62대 20의 압도적인 표 차로 눌렀다.

선거인단이 최 대표에게 몰표를 던진 것은 도덕적으로 둔감해서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가 컸다.

비인기종목인 한국 아이스하키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려면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도덕성과 재력을 둘 다 겸비한 후보라면 이상적이지만 비인기종목인 아이스하키에서 그런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인 고민이다. 협회 관계자는 재선거에 나올만한 후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회장 선거에 나올만한 분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