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도시' 김미숙 "사이코패스라는 반응 재밌었어요"

"성진가 실세 서한숙 역…"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는 인물로 표현"
연기 인생 43년 차…"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사랑 이야기 연기해보고파"

"시청자 댓글을 보니 서한숙을 '사이코패스'라고 하더라고요. 내가 드디어 사이코패스를 해보는구나, 재밌었어요.

(웃음)"
지난 10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공작도시'에서 대한민국 정·재계를 쥐고 흔드는 성진가(家)의 실세 서한숙 역을 맡은 배우 김미숙(63)을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서한숙은 사람의 가치를 오로지 '쓸모'로 판단하는 인물로,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김미숙은 이 인물을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표정과 말투와 특유의 차분함으로 표현해냈다.

그는 "서한숙은 보고 자란 그대로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한 삶을 사는 것 같다"면서 "가진 자의 힘을 알고 있고, 믿을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적으로는 행복하지 않은 삶"이라면서 "그러나 그 여자의 행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것 같다.

권력과 재산으로 평범한 행복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진 자의 승리로 끝난 결말에 대해서는 "현실이 참 무서운 것 같다"면서 "이 정도의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생쥐 한 마리가 왔다고 해서 판도가 바뀌는 일은 현실에서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미숙은 권력을 향한 인간들의 욕망과 갈등을 그려낸 '공작도시'에서 차분한 카리스마로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냈다는 평을 받는다.

"연기를 하면서는 '이렇게 전지전능한 여자가 어딨어' 이런 생각을 했어요.

(웃음) 모든 건 서한숙이 계획한 그림 안에 있는 거잖아요.

그럼 얼마나 자신만만하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동요하지 않는 여자라고 설정하고 연기를 했죠."
그런 만큼 시청자들 사이에서 자신이 김미숙이 아닌 서한숙으로 거론되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저를 김미숙이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걸 보면서 내가 그만큼 몰입해서 연기했고 시청자가 공감해줬구나.

묘한 희열을 느꼈죠. 아쉬움이 남지 않게 연기한 것 같아요.

"
극 중 서한숙과 팽팽한 갈등을 만들어내며 극에 긴장감을 한층 불어넣었던 며느리 윤재희 역을 맡은 수애에 대해서는 "감정의 몰입도가 굉장히 좋은 친구"라고 칭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캐릭터에 너무 몰입돼서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1979년 KBS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미숙은 43년간 꾸준한 연기 생활을 해왔다.

전성기 이후에도 영화 '말아톤'과 '세븐데이즈', 드라마 '찬란한 유산', '옥중화',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등 안방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동했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지만, 그 직업에 인생을 전부 건 것도 아니었다.

서두르지도 않고 긴장을 늦추지도 않은 채 늘 꾸준히 노력했던 것 같다"고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어렸을 때는 배우라고 하면 그냥 브라운관 스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되고 나니 연기자는 스타가 아니야. 현실 속 하나의 직업일 뿐이에요.

21살에 (KBS 공채로) 데뷔해서 출근부에 도장 찍고 월급 받고, 출근해서 책상 닦고 재떨이를 치우면서 느꼈죠.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건 연기지, 스타가 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상관없었어요.

이제는 나한테 재밌고 즐거운 작품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더는 욕심은 없어요.

"
차기작으로 tvN 새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미숙은 "내가 안 해봤던 걸 도전해보고 싶다"면서 영화 '연인'(1992)을 언급했다.

이 영화는 프랑스의 작가 겸 감독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38세 연하 연인과의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풀어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40살쯤 차이 나는 남자와 할머니의 지고지순한 러브스토리거든요. 정신적 사랑은 이런 것인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죠. 70살이 되기 전에는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5년 안에 섭외가 온다면 도전해봐야죠.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