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왕 됐다"…렉서스 제치고 美 1위 등극한 한국차

기아, JD파워 내구품질평가 첫 1위 차지
현대차 3위, 제네시스는 4위
기아 쏘렌토
기아가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내구품질평가(VDS)에서 1위에 올랐다. 기아의 첫 1위이자, 일반브랜드가 이 평가에서 고급브랜드를 제치고 단독 1위한 것도 사상 처음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기아가 새로운 왕이 됐다"(폭스뉴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JD파워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2년 VDS'에서 14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11일 밝혔다. VDS는 차량을 구입한 지 3년이 지난 고객을 대상으로 184개 항목에 대한 내구품질 만족도를 조사한 뒤 100대당 불만 발생 건수를 수치화하는 방식으로 집계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불만이 적고, 품질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JD파워의 IQS와 VDS는 세계 최고 권위의 품질 조사로 꼽힌다. 이번 VDS는 2018년 7월~2019년 2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을 대상으로 했다. 32개 브랜드의 139개 모델이 평가 대상이었다. 현대차는 148점을 받아 3위였다. 전년(7위) 대비 네 계단 올랐다. 제네시스(155점)는 고급 브랜드 중 1위, 전체 브랜드 중 4위를 기록했다. 2위는 뷰익(147점)이었다. 평소 VDS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도요타와 렉서스는 각각 5위와 6위를 차지했다. 유럽 브랜드는 대부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포르쉐(7위)를 제외하면 10위 내 유럽 브랜드가 없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품질에 대한 집념이 맺은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에서 '싸구려 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정 명예회장은 1999년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한 직후 '품질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품질총괄본부를 구성해 매달 품질 관련 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의 IQS 순위는 극적으로 뛰어올랐다. 2013년 두 브랜드는 공동 10위에 그쳤지만 2015년 기아차가 2위, 현대차가 4위로 뛰었다. 2016년엔 기아차가 사상 처음 1위에 올랐다. 2018년과 지난해엔 현대차그룹 3대 브랜드(제네시스 포함)가 1~3위를 나란히 차지했다.하지만 현대차그룹 3개 브랜드는 VDS에서 좀처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미국 현지에서 "현대차그룹 자동차는 시간이 지나면 품질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이 이번 VDS 결과를 의미있게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 발표가 기아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브랜드의 미국 판매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많은 미국 소비자가 JD파워의 조사 결과를 구매 기준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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