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 리포트 많을수록 주가 급등락 가능성 적다는데…[신민경의 롤링페이퍼]
입력
수정
논문 '애널리스트 커버리지가 기업 고유위험이 미치는 영향'"스몰캡 섹터에서 우리 기업을 써주는 것만으로 고맙지만 언젠가는 시장이 커져서 특정 섹터에서 다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리포트가 가뭄에 콩 나듯 나오니 투자자분들도 기업과 산업 동향을 파악하기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올 들어 최다 리포트 기업 '삼성전자'
리포트 많이 나온 기업일수록 주가 안정성 높아
양질의 정보가 수시 제공, 정보 비대칭 감소한 것
"증권사 리포트 수, 종목 선별 시 유용한 지표"
최근 한 정보보안 코스닥 상장사의 기업설명(IR) 담당자를 만나 들은 말입니다. 시가총액이 2조원 미만인 기업은 증권사의 '스몰캡'(중소형주) 섹터에서 담당합니다. 금융투자분석사(애널리스트)들의 전담(커버리지) 종목으로 편입돼 정기적으로 리포트가 나오는 대형주들과 달리 실적 발표를 전후해서만 리포트가 발표되는 정도입니다. 그의 푸념을 듣다보니 문득 애널리스트들이 정기적으로 다루는 종목들의 주가는 스몰캡 종목 대비 어떤 흐름을 보이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단순히 생각해 보면 기업의 소식들이 주가에 수시로 반영되는 만큼 오히려 가격 변동성이 커지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기업을 분석하는 증권사의 수가 많을수록 그 기업의 주요 정보가 주식시장에 노출되는 정도가 커질 테니까요.
나름대로 검증을 해 보고자 올 들어 리포트가 가장 많이 발간된 종목들을 줄 세워봤습니다. 그 결과 예상을 빗나가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주가 흐름이 평이한 대형주들이 상위권을 독식했더라고요.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7거래일 동안 리포트가 가장 많이 발간된 종목은 역시나 삼성전자(35개)였습니다. 그 뒤로 LG이노텍(28개), SK하이닉스(25개), 현대차(24개), KT(24개), 삼성전기(23개), NAVER(23개), LG전자(23개), LG유플러스(22개), 삼성바이오로직스(22개)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전부 유가증권시장 시총 60위권 안에 자리한 우량 기업들입니다.리포트 수가 기업들의 주가 안정성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걸까요? 논문 사이트를 찾아보니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자료가 있었습니다. 한국재무관리학회가 작년 12월 발행한 23쪽 분량의 논문 '애널리스트 커버리지가 기업의 고유위험에 미치는 영향'인데요.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발간하는 증권사 수가 많을수록 해당 기업의 고유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자료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논문은 애널리스트 커버리지가 클수록 '고유위험'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학술적인 의미에서 '고유위험'이란 증시 상황과 무관하게 기업의 내부 요인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을 뜻합니다. 학계에선 고유위험이 적다는 것은 주가의 안정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최금화 동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규모기업집단 소속기업과 독립기업 각각의 소표본으로 패널 분석을 해도 여전히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느 기업에 대한 애널리스트 커버리지가 크다는 것은 양질의 정보가 투자자에게 더 많이 제공된다는 뜻이고 그 결과 기업과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이 완화돼 고유위험이 줄게 된다는 겁니다. 최 교수는 주식시장의 안정화의 의무를 가진 금융당국이 이같은 결론을 정책에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느 기업이 증권사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지 탐색해 주가 급락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투자자들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 수'를 종목을 선별하기 위한 기준 중 하나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깁니다.
최 교수는 논문에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떤 기업이 정보 비대칭과 관련한 위험이 클 것인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기업분석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의 숫자'라는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지표를 활용해 정보 비대칭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그러면서 "보고서를 발간하는 증권사가 많을수록 비대칭정보의 위험이 작을 것이고 반대로 증권사가 적을수록 비대칭 정보의 위험은 클 것이다. 안전한 투자를 추구한다면 애널리스트 커버리지가 큰 기업을 선택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미"라며 "만일 투자자가 높은 정보 비대칭 위험을 감수하고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면 역으로 애널리스트 커버리지가 낮은 기업을 선택하는 게 목적에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논문의 교신 저자인 정찬식 동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주가에 발생 가능한 위험 중 시장 위험은 기업이나 주주들이 손 쓸 수 없는 요인이지만 고유위험은 말그대로 기업의 고유 사정과 관련한 것이어서 전달책인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중요한 부분"이라며 "리포트의 영향력이 예전처럼 강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이번 연구로 아직까지 애널리스트 리포트가 투자자들의 종목 분석을 돕는 중요한 자료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밝혔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