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프리미엄 난방매트 빅히트 비결

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2020년 보일러업계 최초 카본매트 출시
소비자 원하는 최고 기능 넣어 ‘가심비’ 높여
2021년 난방매트 매출 역대 최대 기록
귀뚜라미 2022년형 3세대 카본매트 / 사진=귀뚜라미
날씨가 추워지면 저렴한 가격에 난방 효과를 볼 수 있는 난방매트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 난방매트는 침대 사용 증가, 1인 가구 증가, 난방비 절감 수요 등의 영향으로 시장 규모가 2012년 500억원에서 2020년 3000억원 규모로 8년사이 6배 커졌다. 올 겨울 유난히 난방매트 판매 경쟁이 치열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가장 대중적인 난방매트는 전기매트였다. 보통 1세대 난방매트라 불린다. 하지만 전기열선에서 전자파가 나와 인체에 해로울 수 있고 화재 위험이 있다는 점 때문에 대안으로 온수매트(2세대)가 뜨기 시작했다. 1962년 국내 첫 보일러를 선보인 전통 보일러업체 귀뚜라미는 업계 최초로 2011년 온수매트를 출시했다. 하지만 2019년 돌연 온수매트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대신 이듬해(2020년) 보일러업계 최초로 ‘3세대’ 카본매트를 선보였다. 잘나가는 기존 사업을 접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것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귀뚜라미는 프리미엄 난방매트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

카본매트 판매는 급증해 당시 모험이 옳았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지난해 귀뚜라미의 카본매트 매출은 온수매트 연간 역대 최고 매출 실적의 3배를 넘어섰다. 매출 비중도 증가해 보일러를 포함한 귀뚜라미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게 됐다.

상황 1 보일러 시장 성장 둔화
도전 1 온수매트 시장 진출

우리나라 보일러 산업은 1990년대 초반까지 급격히 성장했으나 ‘1가구 1주택’시대에 접어들며 2000년대부터 정체기를 맞이했다. 보일러 사업에 위기가 찾아오면서 귀뚜라미는 신성장동력 사업 발굴에 몰두했다.

이때 눈에 들어온 것이 온수매트였다. 당시 ‘국민매트’로 사랑받던 전기장판이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화재사고 위험도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열선 대신 온수를 사용하는 온수매트가 대체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온수매트는 소형 전기보일러에서 데운 물을 매트 안 배관에 순환시켜 난방을 하는 제품으로 가정용보일러와 구동원리가 유사하다. 귀뚜라미는 기존 보일러사업과의 시너지측면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2011년 온수매트 브랜드 ‘온돌(Ondol)’을 출시하며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보일러업계에선 최초의 시도였다.

수면 중 체온변화에 맞춰 최적의 숙면 온도를 제어해 주는 기술을 적용해 기존 저가형 제품과는 차별화를 시도했다. 잠자리에 든 후 3시간 동안 천천히 온도를 내려 깊은 잠을 유도하고 기상 전 사람의 체온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 2시간 전부터 다시 온도를 올리는 방식으로 숙면을 도와주는 기술이다.

2013년 다른 보일러회사들도 온수매트 시장에 연이어 진출하면서 전체 시장의 파이가 커졌다. 귀뚜라미는 또 고주파 특수 압착 기술을 활용해 매트 두께를 대폭 줄였고 매트 내부에 흐르는 물만 가열하는 기술을 적용해 설정 온도 도달시간을 단축했으며 전기세 절감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앞선 기술로 프리미엄 온수매트 시장을 주도한 것이다.

상황 2 온수매트, 소비자 불만
도전 2 ‘카본매트’로 전환

2011년부터 프리미엄 온수매트 시장 개척에 공을 들여온 귀뚜라미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돌연 온수매트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앞으로 기존에 판매한 온수매트에 대한 사후관리만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온수매트가 난방매트 시장의 주류 제품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상황에서 귀뚜라미의 이 같은 결정을 업계는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여기엔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고성능 온수매트 등장에도 불구하고 누수, 세균번식, 물 제거 및 보충 등의 불편함과 빨리 따뜻해지지 않는다는 소비자의 불만이 컸다”며 “고객의 불편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기존 전기장판과 온수매트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야했다”고 설명했다.

귀뚜라미는 2020년 보일러업계 최초로 카본매트를 출시했다.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카본열선을 사용하는 매트로 기존 220볼트 전압을 25볼트로 전환해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장판과 달리 전자파로부터 안전하고 화재위험도 없다. 물을 사용하는 온수매트의 걱정거리였던 누수, 세균, 물 보충 및 제거 등의 불편함도 없앴고 소음 문제도 해결했다.

하루 8시간씩 한 달간 사용해도 전기료가 1200원 수준이다. 카본 매트는 지난해 10월의 경우 귀뚜라미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상황 3 경쟁 제품 증가
도전 3 지속적인 차별화

처음부터 카본매트가 잘 팔렸던 것은 아니었다. 카본매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아직 낮았던 것이 문제였다. 절치부심한 귀뚜라미는 각종 이벤트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카본매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험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TV와 소셜미디어(SNS), 홈쇼핑 등을 통해 제품을 알렸고 100일간 매일 30명에게 총 10억원 상당의 카본매트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개최했다.

카본매트에 대한 소비자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자 저가 온수매트와 전기매트를 만들어온 난방매트 전문업체를 비롯해 보일러업계에서도 잇따라 비슷한 제품을 출시했다. 경쟁 제품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귀뚜라미는 소비자 반응 조사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시시각각 접목하며 제품 차별화를 시도했다. 1단계부터 8단계까지 단계별로 온도를 조절하는 경쟁사 제품과 달리 섭씨 1도 단위로 온도를 제어해 섭씨 25도에서 50도까지 세밀한 조절을 가능케했다.

이밖에 △소비자가 원하는 수면 시간과 취침 온도에 맞춰 쾌적한 숙면 온도를 유지해 주는 ‘자동 온도 조절 시스템’ △매트 좌우 온도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분리 난방 기능’ △2시간 동안 55도의 고온으로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찜질모드’ 등 기능도 추가했다.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는 ‘어댑터 일체형 타입의 스마트 컨트롤러’다. 시중의 어댑터 분리형 제품과 달리 배선이 깔끔하고 어댑터 선 빠짐 등으로 인한 불편함이 없어졌다.

카본매트에 대한 소비자 경험이 확대되고 차별화된 기능이 알려지면서 제품 수요가 꾸준히 이어졌고 지난해 귀뚜라미의 난방매트 매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귀뚜라미는 1962년 서울 마포에 국내 첫 보일러를 선보인 보일러 전문기업이다. 보일러산업이 정체기를 보이자 과감하게 난방매트 시장에 진출했다.

귀뚜라미는 이윤을 내지 못하는 제품이나 시장은 과감히 포기했다. 업계 최초로 온수매트 시장에 진출했지만 가장 먼저 손을 뗀 것 역시 귀뚜라미다. 카본매트 시장 역시 업계 최초로 개척했다.

귀뚜라미가 강조하는 마케팅 포인트는 ‘가심비(가격대비 심리적 만족도)’다. 귀뚜라미 카본매트의 가격은 30만원대로 보통 10만원 내외의 다른 회사 제품보다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가심비가 높아 소비자들은 이를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동안 저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불편을 경험했던 사용자들이 귀뚜라미 제품을 구매한 후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가격을 지불할 만하다’라고 인식하면서 프리미엄 매트의 대명사로 안착해 간 것이다.

귀뚜라미는 난방매트 시장에 처음 뛰어들때부터 높은 수준의 기술과 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높이고자 했으면 가격대를 더 낮출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귀뚜라미는 기존 제품에 대한 고객 불만을 모두 분석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최고의 기능을 넣자’며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었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능들을 잇따라 넣었고 수면시장도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품질과 기술면에서 크게 앞서다보니 중국산 복제(카피)품이 많이 나와도 귀뚜라미 제품은 따라올 수 없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귀뚜라미가 과거 온수매트 판매 시절부터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가정용보일러 산업에서 50여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소비자 신뢰가 바탕이 된 덕분”이라며 “그동안 소비자들이 난방매트는 그저 싸고 따뜻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귀뚜라미 등장 이후 이왕이면 믿을 수 있는 회사에서 만든 고성능 제품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모든 제품은 “도입기(introduction)-성장기(growth)-성숙기(maturity)-쇠퇴기(decline)”라는 PLC(Product Life Cycle) 단계를 거친다. 이때 마케터는 우리 제품이 어떤 단계에 해당하는지 파악하고, 각 단계에 적합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장기의 최대 목표는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제품을 새롭게 확장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해 얼리어답터를 넘어 일반 대중의 선택을 적극 유도한다.

마케터 입장에서 성장기는 매우 ‘행복한 시기’이다. 모든 것이 성장하는만큼 비용 절감보다는 매출 확대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고, 기업의 이익도 함께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나이가 들듯, 한때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었던 핫한 제품도 결국 매출의 성장이 정체되는 시기를 맞이한다. 브랜드 간 경쟁은 더 극심화 되고, 새로운 성장보다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인 성숙기가 도래하는 것이다.

성숙기 제품 마케터는 이제 ‘가격 할인’ 등 치열한 경쟁을 감수해야 한다. 수많은 경쟁 브랜드 사이에서 우리 브랜드만의 특징을 강조해야 하고, 자사 고객의 이탈을 막으면서 경쟁사 고객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성숙기에는 새로운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마케터들도 보통 비용을 줄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이 때 마케터에게는 두가지 대안이 있다. 첫번째는 현재의 단계에 만족하면서, PLC 이론에서 설명하듯이 성숙기 단계에 적합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좀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두번째 대안은 과감하게 “새로운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숙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사의 제품을 다시 한번 “성장기”로 이끄는 것이다.

이를 위해 때로는 안정적인 시장을 버리고 새로운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 귀뚜라미의 카본매트 역시 기존의 온수매트 제품이 성숙기에 머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탄생하였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혁신의 결과는 지금까지 매우 긍정적이다.

이처럼 시장에는 언제나 성숙기 제품을 다시 새로운 성장기로 전환시키는 훌륭한 마케터들이 있다. 이를 위해서 마케터는 항상 ‘기존의 제품’ 보다 ‘고객의 니즈’에 더 집중해야 한다. 기존 제품에 종속되어 고착화되는 순간 새로운 혁신은 멀어진다.

때로는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전환해야 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시장에서 너무 당연했던 Market segmentation 기법에 새로운 변수를 도입해보는 것도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성숙기 제품 마케터라면 반드시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귀뚜라미는 ‘가심비’를 마케팅 포인트로 강조하고 있다. 케이스스터디 기사에 따르면 귀뚜라미 카본매트의 가격이 다른 회사 제품의 세 배 정도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가격을 비싸다고 여기지 않는다. 가심비가 높기 때문이다.

가심비는 우리 과의 동료 교수인 김난도 교수께서 2018년 소비 트렌드로 제시한 ‘플라시보 소비’에서 등장한 용어다.

플라시보 소비는 실제로는 효과가 없는 속임 약을 환자가 진짜라고 믿게 되면 좋은 영향을 일으킨다는 플라시보 효과처럼, 소비자가 자신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없더라도 마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대상에 지출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플라시보 소비에서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을 의미하는 가심비가 중요하다. 제품의 가격과 성능을 객관적 기준으로 삼는 가성비 소비에서는 소비자는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선호한다. 하지만 가심비 소비에서는 다소 비싸더라도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 제품을 구매한다.

소비자의 가심비를 겨냥한 대표적 마케팅 사례로 스타벅스 다이어리 굿즈가 꼽힌다. 수많은 소비자가 다이어리 굿즈를 얻기 위해 제한된 기간동안 18잔의 음료를 기꺼이 마신다.

여러 사람들이 선호하는 희소성 높은 한정판 굿즈를 소유할 수 있다는 심리적 만족이 이런 소비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가심비의 또 다른 측면은 심리적 안정이다. 소비자는 다소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안정감을 느끼기를 원한다. 인체에 유해한 제품이나 사고에 취약한 서비스를 피하고 싶은 것이다.

가성비와 가심비 중 어느 것이 더 대형항공사의 재이용의도에 영향을 미칠까를 밝힌 한 연구에 따르면 가심비가 가성비 보다 재이용의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항공사를 선호하는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저비용항공사 보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대형항공사를 선택해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다.

귀뚜라미는 기존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분석해 소비자가 원하는 최고의 기능을 넣음으로써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감을 충족시켰다.소비자가 기대하는 품질에는 점차 ‘안전’과 ‘환경’이 크게 자리 하고 있는 시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소비자의 만족을 이끄는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가 있어야 ‘귀뚜라미’처럼 가심비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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