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대만 기류 강해지는 유럽 정치권…영 의원단도 대만 간다

중국-유럽 정치권 갈등 심화 속 유럽 각국 의원들 대만행 잇따라
영국 국회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이달 단체로 대만을 방문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위구르족 인권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중국과 유럽 정치권 사이의 거리가 멀어진 가운데 유럽 각국 의원들이 중국 보란 듯 경쟁적으로 대만을 찾아가면서 유럽 내 친대만 기류가 강해지는 모습이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톰 투겐하트 위원장을 포함한 영국 국회 외교위 소속 의원들이 이달 하순 대만을 공식 방문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총리), 우자오셰(吳釗燮) 외교부장 등을 만날 예정이라고 11일 보도했다.

영국 국회 외교위 소속 의원은 모두 11명인데 9명의 의원이 함께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영국 의원들이 외교위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대만을 방문하는 것은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재임기인 지난 2006년 이후 15년 만이다.

투겐하트 위원장은 이번 대만 방문에 대중 견제 목적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중앙통신사와 인터뷰에서 "대만은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확대전의 최전선에 있고, 영국 또한 중국 공산당의 피해자"라며 "우리는 협력 방안을 찾아 자유민주주의를 침식하는 각종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투겐하트 위원장은 중국의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했다가 작년 3월 중국 정부로부터 입국 금지 등 제재 대상이 된 인물이다.

대만을 독립 국가가 아닌 자국의 일개 성(省)으로 간주하는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각국 정부 관계자는 물론 정치권 관계자들이 대만과 공식적인 교류를 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 각국의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과거 대만을 공식적으로 방문하는 일이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미중 신냉전이 본격화하면서 미국 정부 당국자들과 의원들이 중국의 반발에도 대만을 공식적으로 방문하기 시작했고, 중국과 관계가 악화한 유럽연합(EU) 및 유럽 각국 의원들의 대만 방문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면서 서방국의 외교 관행에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2020년 이후 미국, EU, 프랑스, 체코, 리투아니아 의원단이 대만을 공식 방문했고 미국과 슬로바키아는 정부 대표를 대만에 공식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대만의 공식 수교국은 팔라우, 나우루, 온두라스 등 일부 태평양 섬나라와 중남미 국가 등 14개에 그친다.

하지만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유럽의 '반중 선봉장'인 리투아니아처럼 비록 정식 국교를 맺는 단계까지 나아가지는 않더라도 대만과 관계를 전면적으로 발전시키는 나라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중국의 전방위 압박 속에서 극도로 좁혀졌던 대만의 외교 지형은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반면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고립시키려는 중국은 이런 흐름에 매우 불편해하고 있다. 중국이 EU 차원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인구 280여만명의 작은 나라인 리투아니아에 경제 보복을 가하며 압박을 가하는 것은 가뜩이나 코로나19 대유행, 위구르족 인권 문제 등을 둘러싸고 중국과 유럽과의 관계가 삐걱대는 가운데 리투아니아의 반중·친대만 행보가 유럽의 다른 국가로 전이되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것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