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 고영주, 파기환송심서 무죄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해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73)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원정숙 이관형 최병률 부장판사)는 11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보수 성향 시민단쳬 신년하례회에서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재심 변호를 맡았던 부림사건도 "민주화 운동이 아닌 공산주의 운동이었으며 문 후보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9월 고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2년 뒤인 2017년 9월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고 전 이사장에게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표현"이라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한 개인이 공산주의자인지 여부는 개인이 갖는 생각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대법원은 "공산주의자라는 표현만으로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의 발언은 피해자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 교환과 논쟁을 통한 검증과정의 일환으로 봐야 하며, 표현 자유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을 따라 이날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산주의자 발언은 피고인의 경험을 통한 피해자의 사상 또는 이념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 표명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 적시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