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에 극단 선택…중대재해법 적용 두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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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견기업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근로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11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명 가전업체 쿠쿠홈시스의 중앙기술연구소 직원이 지난 5일 경기도 시흥 사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회사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하지만 동료 직원들이나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고인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괴롭힘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 직원은 "고인은 사내 업무 관계나 평판이 매우 좋았다"라며 "고인이 숨지기 직전까지 근무한 부서로 이동 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 우울증 약 복용, 수면제 처방까지 받았다"라고 밝혔다.쿠쿠홈시스 측은 "근로자위원회 소속 직원 4명을 비롯해 공인노무사 1명, 인사담당자 1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 사건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에 중대재해법이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고용부는 지난달 10일 내놓은 중대재해법 해설서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도 업무로 인해 발생한 경우라면 중대재해가 될 수 있다”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건을 인지하고 있으며 중대재해법 적용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간 논란이 돼 온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사례가 법 시행 2주 만에 실제로 나타나면서 고용부의 수사 방향도 이목을 끌고 있다.법조계는 괴롭힘이 인정되더라도 중대재해법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중대재해대응센터장(변호사)은 “중대재해법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를 대상으로 하는데 직장 내 괴롭힘이 적용되려면 산재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까지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라며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한 산업안전보건 분야 전문가는 “법 시행 2주 남짓 지난 상황에서 연이어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업종별로 전례가 없는 첫 수사인 만큼 고용부도 수사와 법률해석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곽용희/김병근 기자 kyh@hankyung.com
회사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하지만 동료 직원들이나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고인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괴롭힘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 직원은 "고인은 사내 업무 관계나 평판이 매우 좋았다"라며 "고인이 숨지기 직전까지 근무한 부서로 이동 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 우울증 약 복용, 수면제 처방까지 받았다"라고 밝혔다.쿠쿠홈시스 측은 "근로자위원회 소속 직원 4명을 비롯해 공인노무사 1명, 인사담당자 1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 사건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에 중대재해법이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고용부는 지난달 10일 내놓은 중대재해법 해설서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도 업무로 인해 발생한 경우라면 중대재해가 될 수 있다”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건을 인지하고 있으며 중대재해법 적용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간 논란이 돼 온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사례가 법 시행 2주 만에 실제로 나타나면서 고용부의 수사 방향도 이목을 끌고 있다.법조계는 괴롭힘이 인정되더라도 중대재해법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중대재해대응센터장(변호사)은 “중대재해법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를 대상으로 하는데 직장 내 괴롭힘이 적용되려면 산재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까지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라며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한 산업안전보건 분야 전문가는 “법 시행 2주 남짓 지난 상황에서 연이어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업종별로 전례가 없는 첫 수사인 만큼 고용부도 수사와 법률해석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곽용희/김병근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