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도 '길들이기 성폭력' 30대 목사 2심서 징역 5년

교회 10대 여성 신도들을 상대로 '길들이기(그루밍)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목사가 항소심에서 형량을 감경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3부(황승태 이현우 황의동 부장판사)는 1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유사성행위) 등 혐의로 기소된 목사 김모(39·남)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김씨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 시설 취업 제한 5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1심이 김씨의 폭행이나 협박을 이용한 유사성행위 혐의를 위력에 의한 유사성행위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고 보고 직권으로 판결 파기 후 다시 선고했다.

아울러 1심과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피해자의 진술이 불분명하거나 객관적 증거와 일치하지 않는 일부분만 무죄로 판단했다. 김씨는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피해자들이 보인 태도에 비춰볼 때 성폭력 피해를 본 사람들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논리를 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동·청소년 시기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부족한 시기인 만큼 타인의 기망 또는 왜곡된 신뢰관계에 의한 것이라면 온전히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외부적으로 드러난 피해자들의 언행을 이유로 들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들이 건전한 신앙생활을 하도록 이끌고 보호했어야 할 피고인이 오히려 그들의 부족한 자기결정권을 이용해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며 "피해자들이 엄중한 처벌을 원하는 의사를 거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항소심에 이르러 자신의 적절하지 못한 행위를 성찰하고 반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김씨는 2010∼2018년 인천 한 교회의 중·고등부와 청년부 여성 신도 3명을 상대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그루밍 성폭력은 피해자와 친분을 쌓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적으로 가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해당 교회 담임목사의 아들인 김씨는 전도사를 거쳐 목사가 됐다.

목사로 일하는 동안에는 청년부를 담당했다.

피해자들은 2018년 12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 등 간음 혐의로 김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되자 불구속기소 했다. 김씨는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뒤 법정 구속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