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꿈보다 숫자…실적으로 말해야 살아남는다"

최근 증시는 성장기업 선별 과정
올해 주도주는 실적에 달려있어
단기 흐름조차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엔데믹(종식되지 않고 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을 선별하는 구간에 진입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약 7%, 코스닥지수는 약 13% 하락했다. S&P500과 나스닥지수도 각각 약 6%, 7% 조정을 받았다.메리츠증권은 최근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조정받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성장에 대한 기대로 큰 폭으로 올랐던 기업들이 ‘실적을 증명해야 하는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성장 기업의 주가는 크게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실적 증명기→본격적인 이익 창출기’ 등 세 단계를 거쳐 크게 오른다. 지난해 ‘메타버스 광풍’이 콘텐츠·게임 주가를 크게 올려놓은 것처럼 1단계에선 흔히 후한 밸류에이션이 적용된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동안의 기대감을 증명해줄 실적이 필요하다는 게 메리츠증권의 설명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2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메타플랫폼스나 줌의 주가 급락 역시 기대에 걸맞은 실적을 내놓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3단계에선 이익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밸류에이션이 다시 하향 조정되는 과정을 거친다. 미국의 주요 테크 기업이 모두 걸었던 길이다. 이진욱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PC가 주요 사업 모델이었던 1980~1990년대 애플 주가는 고점 대비 40~80%씩 하락하기도 했지만 아이폰 개발 이후 기대감을 실적으로 증명하면서 지금의 주가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성장주에 대한 잣대만 엄격해진 건 아니다. 시장은 엔데믹이 가까워지면서 코로나19 이후에도 성장이 지속될 수 있는 기업을 솎아내고 있다. 단순히 코로나19 반사이익을 받아온 종목은 엔데믹 이후 주가가 하락하고, 피해주가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은 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주가가 두 배가량 오른 미국 농기계 제조사 주가는 올 들어서도 상승하며 역대 최고가에 근접했다.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이 팀장은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상황에서 실적으로 성장을 증명하는 기업이 올해의 주도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