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 남기고 치고나간 최민정…0.052초 차 '값진 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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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여자 1000m 2위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간판 최민정(24)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1000m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은메달이자 세 번째 메달을 선사했다.
'날 들이밀기'로 역전 노렸지만
네덜란드 선수에 간발의 차
결승선 통과 후 눈물 쏟아내
'0.004초差' 결승 좌절 이유빈 7위
男 5000m 계주는 결승 진출
최민정은 1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28초443을 기록하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금메달을 차지한 네덜란드의 쉬자너 슈휠팅(1분28초391)에게 0.052초 뒤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최민정은 앞서 열린 준결승에서 3위를 기록하며 결승행 막차를 간신히 탔다. 여자 1000m 준결승에선 각 조 1, 2위 선수와 각 조 3위 선수 중 가장 기록이 좋은 선수 1명이 결승에 진출하는데, 1조 3위 최민정의 기록(1분26초86)이 2조 3위인 이유빈(1분28초170)보다 좋았다.
예상보다 경쟁자들이 뛰어난 레이스를 펼치면서 입상마저 불투명한 상황. 최민정은 경기 중반까지 뒤에서 기회를 엿보다 후반에 ‘올인’했다. 결승선 두 바퀴를 남기고 전매특허인 아웃코스 질주를 펼쳤다. 최민정이 레이스를 흔들면서 치열하게 순위 싸움을 하던 미국의 크리스틴 샌토스, 이탈리아의 아리안나 폰타나가 엉켜 넘어졌고 최민정은 2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코너에서 죽을 힘을 다해 날 밀기로 역전까지 노렸지만 ‘한 끗’이 부족했고 은메달을 따냈다.
최민정은 경기 후 감정이 복받친 듯 한동안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앞서 ‘심석희 고의 충돌 의혹’ 등 각종 논란의 피해자로 알려지면서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얼음 공주’라는 별명답게 묵묵히 올림픽을 준비했다. 은메달이라는 값진 결과가 나오자 그는 “주변에서 일어났던 힘든 일들이 많이 생각났다”며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들이 (나를) 성장하게 만들어줬다”고 밝혔다.마음의 상처에 은메달이라는 연고를 바른 최민정은 남은 여자 1500m와 여자 계주 3000m 경기에서 추가 메달 사냥에 나선다. 최민정은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며 “남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준결승에서 불과 0.004초 모자라 파이널B(순위결정전)로 향한 이유빈은 7위로 경기를 마쳤다.
남자 대표팀 간판 황대헌(23)은 500m 예선을 무난히 통과하며 1500m에 이어 대회 2관왕을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 예선 6조에서 40초971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해 준준결승 티켓을 따냈다. 1조에 출전한 막내 이준서(22)는 페널티를 받아 탈락했다.
16년 만에 5000m 남자 계주 금메달 탈환에 나선 남자 대표팀은 1위로 결승에 안착했다. 황대헌, 이준서, 곽윤기(33), 김동욱(29)으로 조를 짠 대표팀은 준결승 2조에서 6분37초879의 기록으로 조 1위에 올랐다.남자 5000m 계주 준결승 1조에선 중국 남자 대표팀이 4위에 그치고도 구제받아 결승에 진출했다. 중국의 리원룽은 경기 중후반 캐나다 선수와 날끼리 부딪히며 넘어졌고 최하위에 머물고도 ‘어드밴스’를 받았다. 중국과 날이 부딪힌 캐나다 선수에게 페널티를 준 것도 아니었다.
한국은 오는 16일 같은 장소에서 결승에 진출한 캐나다, 이탈리아, 중국 등과 메달 색을 놓고 싸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