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350명 정도 체류…직항편 없어 유럽 등 경유해 귀국" 정부, 우크라 '여행금지' 지역 지정…미국·일본 등 이어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위기 상황과 관련 현지 거주 우리 교민들에 즉각적인 출국 지침을 내림에 따라 교민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출국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윤동 민주평통 우크라이나 지회장은 11일(현지시간) 한국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전 지역을 의무적 출국이 요구되는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나갈 수 없는 사람들 같은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교민이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가족이나 자녀들은 이미 대부분 출국하고 현재 주재원 등 교민 350명 정도가 남아 있는데 하루 이틀 사이에 다 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고 1~2주 내로 출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교민들이 일단 이웃한 폴란드나 다른 유럽 국가들로 가서 상황을 지켜보거나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요 며칠 사이에 현지 상황이 더 크게 나빠진 건 없지만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이 교민들에게 모두 철수하라고 지침을 내렸고, 우리 정부도 의무적 출국을 지시한 상황이라 일단은 현지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지회장은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으로 연결되는 직항 항공편은 없어 독일, 터키, 네덜란드 등을 경유해 귀국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체류 중인 한국 대기업 한 주재원은 통화에서 "금요일 퇴근 무렵에 국내발 긴급뉴스를 보고 의무 출국 지시가 내려진 사실을 알아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출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둘러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았고 비행편을 알아봐서 가능한 한 빨리 출국하려 한다"고 전했다.
부인과 아이들은 지난달 25일 우리 외교부가 키예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남·동·북부 12개 주(州)의 여행경보를 3단계(출국 권고)로 상향 조정했을 때 이미 한국으로 보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들어 현지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게 없어 교민들이 불안해하거나 동요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뉴스를 통해 계속 안 좋은 소식이 전해지고 정부에서 철수 명령을 내리니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때 800명 정도였던 우크라이나 체류 우리 국민 수는 위기 고조 이후 꾸준히 감소해 현재 340여 명이 남았다.
지상사 주재원, 선교사, 유학생, 자영업자, 공관원 등을 포함한 수치다.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대사관은 앞서 이날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최근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 정부가 12일 오후 5시(키예프 시간)부터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를 긴급 발령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사관은 "이는 급격한 현지 상황 악화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예방적 조치로, 현지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가용한 항공편 등을 이용해 안전한 제3국 또는 한국으로 긴급 철수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우크라이나로 여행 예정인 국민은 여행 계획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사관은 "여행경보 4단계 발령에도 현지에서 철수하지 않는 경우, 여권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사관은 그러나 여행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교민들에 긴급 출국을 지시한 구체적 원인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드미트로 쿨례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앞서 이날 미국인들에게 우크라이나를 즉각 떠나라고 권고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발언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 성명이 상황의 급격한 변화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들어 미국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과도하게 증폭하면서 현지 경제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자국 NBC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군사 위협이 고조되는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인은 즉시 떠나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우린 테러 조직과 상대하는 게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군대 중 하나(러시아 군대)와 상대하고 있다"며 "이는 매우 다른 상황이며, 순식간에 일이 비정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미 국무부도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는 자국민들에게 상업적 운송수단이나 다른 가능한 수단을 이용해 즉각 떠나라고 권고했다.
영국, 네덜란드, 일본 등도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있는 자국민에 가급적 빨리 떠날 것을 촉구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