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채석장 수사에 속도 못 내는 경찰…여전히 1명 입건

중대재해처벌법 담당 노동부는 본사 압수수색에 대표이사까지 입건
노동자 3명이 안타깝게 숨진 경기 양주시 삼표 채석장 토사 붕괴 사고가 12일로 발생한 지 3주째에 접어들었다.지난달 29일 양주 삼표 채석장에서 석재 채취를 위한 천공(구멍 뚫기) 작업 중 발생한 토사 붕괴로 3명이 사망한 이 사건은 현재 경기북부경찰청과 고용노동부에서 나눠 수사하고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고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는 노동부가 맡고 있다.

특히 노동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막기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처음 적용되는 1호 사건이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이 법률은 지난달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 삼표산업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이 회사 이종신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이 사건으로 입건한 현장 책임자는 여전히 발파팀장 1명뿐으로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경찰도 삼표에 대한 압수수색 때마다 수사관들을 함께 보내고는 있으나, 압수수색 주체가 노동부이다 보니 참관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고 발생 후 엿새 만인 지난 4일에야 경기북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 17명으로 구성된 수사 전담반을 편성하고 사건 관할을 양주경찰서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당시까지 이 사건의 수사를 맡던 양주경찰서에서 직원 10여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수십명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중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수사 전담반도 늦게 꾸려진 편이다.결국 경찰은 그동안 발파팀장 1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을 뿐이다.

다른 현장 관계자들은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단계다.

다만 현장소장의 결재 없이 사고 전날 폭약 1천800㎏이 사용된 점, 천공 지점을 화약류 담당자가 아닌 채석 담당자가 지정한 점, 붕괴 방지 안전망이 설치되지 않았던 점 등 안전관리와 관련해 위법한 여러 정황을 파악했다.

또 지난 3일에는 소방, 산업안전보건관리공단 등 유관 기관과 토목학 분야의 전문가 등과 함께 현장 감식을 벌였다.

그러나 사고 원인 규명에 핵심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서 등이 나오려면 앞으로도 최소 2주는 더 소요될 전망이어서 당분간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사고는 산사태처럼 순식간에 토사와 돌들이 쏟아져 내려 피해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붕괴 지점에서 100m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사고를 목격한 현장 직원은 토사 더미가 순식간에 무너져 사망자들이 대피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경찰 관계자는 "책임자들에 대한 입건 속도보다 중요한 건 증거 입증 등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고용노동부와 협조해 관련 자료를 주고받으며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