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처럼 따뜻했는데"…폭발사고로 사위 잃은 예비 장모 '오열'

13년째 교제하다 올해 결혼 예정…딸은 고인 체취 그리워 잠옷 보관
여수 제일병원 안치된 3명 모두 같은 고향…빈소마다 통곡

"13년째 연애하다 이제 결혼하려고 했는데 우리 딸 불쌍해서 어떡해요?"
12일 전남 여수시 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A씨는 검은 상복을 입은 딸을 안고 서글프게 울었다.
30대 '예비 사위'는 11일 여수시 화치동 여천NCC 3공장에서 열교환기 기밀시험 도중 발생한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올해 결혼을 앞둔 '예비 사위'는 친구의 소개로 만난 여자 친구와 10년 넘게 연애하다 살림을 합친 지 2년이 됐다고 했다.

작년 추석에 인사를 온 예비 사위는 장모에게도 '어머님' 하며 살갑게 대했고, 부부도 아들처럼 여겼다. 올해 설에는 예비 장인어른이 벨트도 선물했다.

구체적인 날짜는 잡지 않았지만, 올해는 식을 올려 정식 부부가 될 꿈에 부풀어 있던 예비 신부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부부가 아니어서 가족 명단에도 이름을 못 올린 딸이 못내 짠한 어머니는 기자의 옷을 붙잡고 하소연했다. 어머니 A씨는 "설에 선물 받은 벨트를 허리에 차보지도 못하고 저세상에 가버렸다"며 "어머니, 어머니 하며 아들처럼 따뜻했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딸이 남편의 체취가 날아갈까 봐 잠옷을 비닐 주머니에 담아 생각나면 냄새를 맡곤 한다"며 "조금만 더 돈을 모아서 신혼부부 대출도 받아 집 장만도 한다고 했는데 다 부질없게 됐다"고 한탄했다.

제일병원 장례식장에는 11일 여천 NCC 3공장에서 열교환기 기밀시험 도중 숨진 협력업체 직원 3명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이들은 모두 삼산면 초도 출신으로 같은 고향인데다 이 가운데 2명은 사촌지간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 슬프게 했다.

생후 50일 된 아이를 둔 가장, 딸 여섯을 두고 나이 마흔에 겨우 얻은 아들도 가족과 이별했다.

빈소는 정치권과 여천NCC 등 각계에서 보내온 조화로 가득했지만, 소중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공허함은 채우지 못했다.

아들과 형제를 잃은 가족은 오열했고, 조문객들은 쓴 소주를 마시며 슬픔을 달랬다. 여수산단에서는 지난해 12월 이일산업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3명이 숨진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여천NCC 3공장 폭발사고로 4명이 숨지고 4명이 경상을 입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