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역대급 돈잔치에도…혜자·혜택 '우수수' 줄어든다

카드사 작년 순이익 '3조 돌파' 전망
'카드 승인액·대출 증가' 고객 이용 확대 영향

'카드 단종·서비스 이용료 인상' 잇따라
"수익성 악화 전망에 선제적 방침"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카드사들이 연초부터 고객 혜택을 줄줄이 축소하고 있다. 고객 혜택이 큰 카드를 잇따라 단종하거나 서비스·제휴 등의 혜택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실적 호조가 카드 승인액, 대출 증가 등 고객의 이용량 확대에 따른 성과임에도 오히려 고객 혜택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는 셈이다.

13일 여신전문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오는 15일부터 오투오(O2O)카드 등 신용카드 6종과 빅플러스애경카드 등 체크카드 12종의 신규 발급을 중단한다. 이미 신규 발급을 중단했던 나노에프(nano f)카드 등 31종 상품에 대해서도 재연장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카드사가 상품 단종을 결정할 때 신규 발급만 막고 기존 회원에 대해선 재연장을 열어두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 통로까지 막기로 한 것이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에도 '혜자 카드(연회비 대비 혜택이 좋은 카드)'로 불려온 더모어(The More)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한 바 있다. 이 카드는 월 한도와 횟수 제한 없이 결제 금액에서 1000원 미만 잔돈을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혜택을 제공한 바 있다.KB국민카드도 올해 들어 다수의 카드 발급을 중단한다. 지난달 '해피포인트플래티늄에스(S)카드'에 이어, 이달 28일부터 '청춘대로꿀쇼핑알파카드' 신규 발급을 중단한다. 카드 추가 및 교체 발급도 제한한다. '청춘대로꿀쇼핑알파카드'는 인터넷 쇼핑몰과 소셜커머스에서 2만원 이상 결제 시 10% 할인 혜택을 적용해왔다.

NH농협카드의 '레이디(Lady)다솜카드', 'NH올원카드', 'NH올원하나로카드', '올바른포인트카드'도 올해 사라진 카드다. 카드사가 갱신 발급을 중단하면서다. 농협카드는 'NH올원쇼핑앤(&)11번가카드', '행복건강체크카드'의 신규 발급도 중지했다. 발급 중단 결정이 난 상품은 모두 포인트 적립 등 혜택을 포함한 카드였다.

더불어 카드 서비스 이용료 인상, 서비스 및 제휴 계약 종료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신한카드는 다음 달부터 '디저트픽(Pick)-커피형' 서비스 이용료를 기존 5200원에서 5500원으로 인상한다. 커피 가격 상승에 따른 조치란 게 카드사 측 설명이다. 우리카드도 같은 달부터 코라아세븐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현금 서비스 이용 수수료를 기존 800∼9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린다. 삼성카드는 신세계 제휴 알라딘 3% 청구할인 서비스를 다음 달 말 종료한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SK엠앤서비스를 마친 데 이어, 올해 SKT·KT 제휴몰, LG전자 렌탈몰 제휴 계약을 종료했다.

고객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혜택이 탄탄한 카드에 잇따라 발급 중단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물론 기존 서비스의 질까지 악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속 카드사가 역대급 실적을 거둔 시점인 만큼 고객 혜택을 줄이는 데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22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2.2% 증가한 것으로, 2020년 연간 순익 2조607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카드사들의 지난해 연간 누적 순이익은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카드사의 호실적은 소비심리 회복과 카드사 대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카드 승인액은 급등한 바 있다. 연간 카드 승인액은 전년 대비 10.3% 증가한 97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카드 승인액이 10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가 도입되면서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당한 고객들이 카드론 등 2금융권으로 몰려온 것도 실적 호조 요인으로 작용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사의 혜택 축소 조치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한모씨(28)는 "지난해 고객들이 카드 사용량을 늘리고 대출을 받으면서 카드사 실적이 크게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고객 혜택을 계속해서 줄이는 것은 합당한 조치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모씨(39)는 "혜택이 좋아 2년간 이용해온 카드가 있는데, 이번에 신규 발급은 물론 재연장까지 중단된단 소식을 들었다"며 "고객을 통해 배를 불려온 카드사가 이런 식으로 고객의 혜택을 가로막는 것은 분명히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카드사들은 올해 수익성 악화가 예견되는 만큼, 고객 혜택 축소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먼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3년 만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정산 작업을 추진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는 게 카드사 측 주장이다. 금융위의 조치로 올해부터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이 0.1~0.3%포인트 인하된다. 이에 따른 예상 수수료 감소분이 47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조치였단 의미다. 금융당국의 가계 부채 관리 강화로 올해부터 카드론이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되면서 핵심 수익원까지 위축되고 있다는 게 카드사 측 설명이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빠르게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선제 대응 조치가 불가피했다"며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데다, 카드론까지 DSR 규제에 포함되면서 이익 보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 운영상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