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기본소득 공약한 李, 국내외 전문가 비판 안 들리나 [사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철회와 강행 사이를 오가며 현란한 말바꾸기를 거듭하더니 기어코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확정했다. 그는 내년 연 25만원부터 시작하는 전 국민 보편 기본소득과 연 100만원으로 시작하는 청년 기본소득 등을 ‘10대 공약’에 포함시켰다. 당장 내년부터 경기도 총예산(33조원)보다 큰 36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국회 입법조사처는 기본소득 도입 전 3대 선결과제로 △경제효과 분석 △재원조달 방안 마련 △국민 동의 여부 조사 등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 후보의 기본소득 실효성을 따져보면 우선 거시경제, 근로의욕 등에서 역효과가 날 것이란 게 대다수 경제연구기관과 석학들의 견해다. 미국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은 월 1000달러씩 기본소득을 지급할 때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35년 이상)으로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휘도 임번스 스탠퍼드대 교수가 “근로 요건과 무관한 소득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일자리를 찾는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한 것도 근로의욕 저하에 따른 노동력 공급 부족을 예상한 것이다.이 후보는 재원조달 방안으로 세금감면을 줄이거나 토지이익배당금(국토보유세), 탄소세 신설 등을 제시했다. 대신 현재 주어지는 복지혜택은 일절 손대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존 복지체계 정비 없이 기본소득 실험을 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조세감면은 한계가 뻔하고, 국토보유세와 탄소세로 그 막대한 재원을 충당하려 들 경우 엄청난 조세저항에 부딪힐 것임은 불문가지다. 역대 최연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스테르 뒤플로 MIT 교수가 “보편적 기본소득의 단점은 돈이 많이 드는 것”이라며 “한국처럼 경제규모가 큰 나라는 선별적 복지를 택해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작년 모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5.1%가 기본소득에 반대했고, 연간 100만원의 공돈이 생길 수 있는 20대조차 75.2%가 반대했다. 국민 동의도 구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핀란드는 2000명을 대상으로 2년간 실험한 결과 “기본소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종결했다. 왜 한국만 전 국민 대상으로 이처럼 무모한 실험을 하는 세계 첫 나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정책의 전제조건은 어설픈 선의가 아니라 증거와 검증이라는 평범한 상식을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