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대선 본격 개막…박빙대결 李·尹 대권 쟁탈 대혈전(종합)

오늘부터 이틀간 후보 등록, 15일 0시부터 22일간 공식 선거운동 돌입
安, 尹에 전격 후보 단일화 제안…룰 협상 험로 예고에도 성사시 '게임 체인저'
배우자 리스크 등 네거티브 공세도 변수…2030세대·중도층 잡기 관건
'적폐 수사' 논란 급부상 속 여야, 지지층 총결집에 사활
차기 정권을 향한 대권 쟁탈전이 13일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3월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선은 '양강'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간 대혼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남은 기간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교체냐를 놓고 여야 간 명운을 건 총력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대선 D-24일인 이날 일제히 후보 등록을 했다.

이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5일부터 22일간의 피 말리는 대혈전에 돌입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날부터 이틀간 후보자 등록신청을 거쳐 15일 0시부터 내달 8일 자정까지 22일간 공식 선거운동이 이어진다.

공식 선거전 기간에는 자동차와 확성장치를 이용한 공개장소 연설·대담, 거리 현수막 게시 등이 가능해진다.

여야는 선거운동이 개시되자마자 총력 유세전에 들어간다. 투표일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지만, 선거 전문가들조차 "이렇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는 처음 본다"고 분석할 정도로 안갯속 판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윤 후보가 35∼40% 선에서 박빙 경합하면서 양강 구도를 형성했고, 안 후보는 10% 안팎, 심 후보는 4~5%의 지지율에 머물러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오차범위 밖 격차를 보이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안정적인 우위를 유지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안 후보가 이날 윤 후보에게 전격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하면서 이번 대선의 판세에 격랑이 예고됐다.

양강 후보의 초박빙 구도 속에서 안 후보와 윤 후보의 결합은 단숨에 승부의 추를 기울게 할 초대형 변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만약 단일화가 극적으로 성사, '이재명 대 야권 후보'의 사실상 1대1 대결 구도가 구축된다면 정권 교체 여론이 우세한 구도에서 야권 단일 후보에 유리한 지형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단일화가 대선 막판 '게임 체인저'라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이제 운만 띄웠을 뿐 실제 후보 단일화까지는 룰 협상을 비롯해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어 성사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고, 협상 과정에 따라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단하기 어려워 그야말로 시계 제로의 상황이다.

실제로 이날 안 후보의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 제안에 국민의힘 측은 즉각 거부의 뜻을 밝혔고 윤 후보도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출발 전부터 험로를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이 후보 측은 갑작스러운 야권 단일화 추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통합정부·국민내각론 등을 내세워 안 후보를 향한 연대의 문은 계속 열어 놓고 있다.

'새로운 물결' 김동연 후보도 이날 후보 등록을 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김 후보와의 연대도 염두에 두고 있다.

리얼미터 배철호 수석전문위원은 "단일화는 '플러스 알파(+α)'가 될 수도 있지만 '마이너스 베타(-β)'가 될 수도 있다"며 "단순히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목적을 떠나 단일화가 왜 필요한지 국민을 납득시킬 명분이 있느냐가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강 후보가 나란히 본인과 배우자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이번 대선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후보는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부인 김혜경 씨를 둘러싸고 '과잉 의전'을 비롯한 각종 논란이 거듭 제기돼 부부가 모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윤 후보 역시 여권에서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라고 이름 붙인 의혹 공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인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의 사법 리스크는 물론이고 '7시간 통화' 등을 두고 여권의 집중 타깃이 되면서 아직 등판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대선에서 네거티브 선거전의 주역으로 떠오른 진영별 유튜브 채널 등이 공식 선거운동 이후 상대 진영 후보와 관련해 준비해온 새로운 의혹을 추가로 폭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다만 이런 폭로전이 상대 후보에게 명중할지, 아니면 불발탄이 되거나 오히려 역풍만 불러일으키며 아군에 피해를 주는 오발탄이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 밖에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 상황, 최소 3차례 예정된 TV토론 등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코로나 방역 상황 악화로 인해 대규모 유세와 같은 세몰이가 어려워진 각 진영은 비대면 접촉을 최대한 늘려 효과적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 만큼 TV토론을 통한 '공중전'의 중요성도 커졌다.

지난 11일 밤 진행된 2차 TV토론에서는 후보들이 배우자 의혹을 포함한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집중적으로 공략, 향후 더욱 뜨거워질 공방을 예고했다.

최근 윤 후보의 '전(前)정권 적폐 수사' 발언에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를 요구하면서 떠오른 현직 대통령과 야당 후보 간 초유의 대치 전선도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 측은 이를 '정치 보복 선언'으로 규정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트라우마를 자극하며 친문 등 범여권 세력의 규합에 나선 모습이다.

반대로 윤 후보 측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고 역공하며 '문 대 윤' 구도를 부각, 정권교체 여론 결집의 계기로 만들 태세다.

이처럼 양 진영의 지지층이 총결집하는 가운데 최종 승자를 가릴 열쇠로는 관망하는 중도층의 선택이 꼽힌다.

특히 2030세대의 표심은 대선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각 후보는 각자 다른 전략으로 중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후보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콘셉트로 행정가로서 보여준 역량을 강조하면서 이념보다는 실리에 민감한 2030세대와 중도층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대남(20대남성)'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해 지지기반으로 삼는 동시에 55%를 넘나드는 정권 교체론을 온전히 흡수하는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다. 안 후보는 거대 양당의 네거티브 선거전을 비판하며 국민 통합을 이룰 제3후보라는 점을, 심 후보 역시 노동·여성·인권 등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안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