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로 상처 치유한 최민정, 이번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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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시 라인에 두번째로 골인한 최민정(24)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환하게 웃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한국의 은메달이 확정된 순간이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은 이유빈(21), 김아랑(27), 서휘민(20)과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 나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틀 전 여자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냈을 때 펑펑 울었던 최민정은 이번에는 환하게 웃으며 은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 시상식에서는 금메달을 딴 네덜란드, 동메달을 획득한 중국 선수들과 포옹하며 서로를 축하했고, 단체 '셀카'를 찍기도 했다.베이징 동계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최민정은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2018년 평창 대회 당시 심석희가 대표팀 코치에게 최민정과 김아랑을 험담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유출되면서다. 여기에는 이 대회 1000m에서 심석희가 최민정에게 고의로 충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내용도 있었다. 최민정으로서는 큰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월드컵 대회에서는 무릎과 발목을 다쳤다. 계주 대표팀이 마지막까지 확정되지 못해 혼란도 거듭됐다.
하지만 최민정은 언니, 동생들과 손잡고 온갖 악재를 뚫고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경기 내내 팀의 기둥으로서 역주를 펼쳐 은메달 획득의 대들보가 됐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최민정은 "여자 계주에서 늘 좋은 성적을 냈던 터라, 우리도 기록을 이어가고 싶었다"면서 "(이런 안 좋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얻은 결과여서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 1000m 때는 너무 많이 울었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 주변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한 것 같다"면서 "팀원들과 메달을 함께 딴 게 기쁘다. 앞으로는 많이 웃겠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취재진에 "오늘 경기에서 아쉬웠던 것은, 팀원들은 잘했는데 내가 부족했던 것"이라면서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동료들이 "응?" 하며 최민정을 향해 황당하다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에이스'로서 충분히 제역할을 다하고서 필요 이상으로 겸손한 말을 한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네 선수의 눈빛에는 애정이 가득 차 있었다.
동료들과 함께 스스로 아픔을 치유한 최민정은 16일 마지막 남은 종목인 여자 1500m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은 이유빈(21), 김아랑(27), 서휘민(20)과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 나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틀 전 여자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냈을 때 펑펑 울었던 최민정은 이번에는 환하게 웃으며 은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 시상식에서는 금메달을 딴 네덜란드, 동메달을 획득한 중국 선수들과 포옹하며 서로를 축하했고, 단체 '셀카'를 찍기도 했다.베이징 동계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최민정은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2018년 평창 대회 당시 심석희가 대표팀 코치에게 최민정과 김아랑을 험담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유출되면서다. 여기에는 이 대회 1000m에서 심석희가 최민정에게 고의로 충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내용도 있었다. 최민정으로서는 큰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월드컵 대회에서는 무릎과 발목을 다쳤다. 계주 대표팀이 마지막까지 확정되지 못해 혼란도 거듭됐다.
하지만 최민정은 언니, 동생들과 손잡고 온갖 악재를 뚫고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경기 내내 팀의 기둥으로서 역주를 펼쳐 은메달 획득의 대들보가 됐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최민정은 "여자 계주에서 늘 좋은 성적을 냈던 터라, 우리도 기록을 이어가고 싶었다"면서 "(이런 안 좋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얻은 결과여서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 1000m 때는 너무 많이 울었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 주변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한 것 같다"면서 "팀원들과 메달을 함께 딴 게 기쁘다. 앞으로는 많이 웃겠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취재진에 "오늘 경기에서 아쉬웠던 것은, 팀원들은 잘했는데 내가 부족했던 것"이라면서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동료들이 "응?" 하며 최민정을 향해 황당하다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에이스'로서 충분히 제역할을 다하고서 필요 이상으로 겸손한 말을 한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네 선수의 눈빛에는 애정이 가득 차 있었다.
동료들과 함께 스스로 아픔을 치유한 최민정은 16일 마지막 남은 종목인 여자 1500m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