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LG엔솔 2.5조원 순매수…대신 삼전·LG화학 팔았다

LG엔솔 상장일부터 연일 매수…다른 대형주 매도해 '곳간' 비워
증시 '큰 손' 연기금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일부터 2조5천억원 이상 사들였다.대신 삼성전자, LG화학, 카카오 등 대형주를 작년 연말부터 대거 팔아치웠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주축인 투자 주체 '연기금 등'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9거래일간 이 종목을 2조5천141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연기금의 코스피 전체 순매수 금액 1조5천459억원을 약 1조원 웃도는 규모다.즉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코스피 매도 우위였다는 뜻이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수급 쏠림 현상이 심했다.

이 기간 연기금이 순매수 2위 종목인 카카오페이를 순매수한 금액은 735억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사들인 금액의 2.9%에 그쳤다.연기금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일에 순매수한 금액만 2조1천85억원에 달했다.

상장일부터 8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유지했으며, 지난 11일에 90억원을 순매도하며 9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기업공개(IPO) 역대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일에 공모가 30만원보다 68.33% 높은 50만5천원에 마감하며 단숨에 코스피 시가총액 2위에 올랐다.주가는 이후 40만∼50만원대에서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해 최근 거래일인 11일에는 48만2천원으로 마감했다.

현재까지 순매수 금액에서 수량(483만3천793주)을 나눠 추산한 연기금의 LG에너지솔루션 평균 매수 단가는 52만112원이다.

당장은 7%가량 손실권인 셈이다.
반면 연기금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전후로 코스피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하며 '곳간'을 덜어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증권신고서를 내며 상장 절차를 본격화한 작년 12월 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개월여간 연기금은 삼성전자를 1조2천41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4천159억원)을 비롯해 카카오(3천136억원), SK하이닉스(2천992억원), 네이버(2천227억원) 등도 2천억원 이상 매도 우위를 보였다.

연기금이 두 달여간 이들 대형주 5개를 순매도한 금액을 합산하면 2조4천928억원으로 지금까지 LG에너지솔루션 순매수 금액에 육박한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조정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국내 주식 운용에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로 삼는 코스피200 지수 내 비중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는 초대형주인 LG에너지솔루션을 담으려면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다른 코스피 대형주를 팔 수밖에 없다.

코스피200은 신규 상장 종목의 15거래일 일평균 시가총액이 코스피 50위 이내면 조기 편입이 가능해 LG에너지솔루션의 조기 편입이 유력하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를 벤치마크로 하는 투자주체들은 LG에너지솔루션을 매수하기 위한 현금 확보를 위해 보유 중인 종목을 매도했다"며 "이에 특히 상장일에 코스피 주요 종목 주가는 상당 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기금의 대형 공모주 매수 행진은 지난해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의 상장 초기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지난해 연기금의 순매수 1위 종목 역시 크래프톤(1조1천782억원)이었다.연기금은 크래프톤 상장일부터 10월 27일까지 무려 51거래일간 매수 우위를 유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