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막판 스퍼트' 전략…중도보수까지 '부동층 잡겠다'

공식 선거전 '디지털 유세' 전환…"TV토론 할수록 중도층 넘어올 것"
'준비된 대통령' 내세워 '위기 총사령관' 면모 부각
"부동층 잡고 쐐기 박자"
3·9 대선 레이스 열기가 고조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중도층 공략에 막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많게는 20%에 달하는 중도 성향의 부동층 표심을 끝까지 파고들어 박빙 양강구도에 균열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 강도를 높이고 친시장·친기업 행보를 벌인 것도 중도층에 대한 구애 메시지였다.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이상돈 전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과 연쇄회동한 데 이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것도 합리적 중도보수층까지 염두에 둔 행보다.당내에서는 새해 들어 본격화한 중도 공략의 효과가 여론 지표상으로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부인 김혜경씨의 의전 논란에도 지지율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은 그간 움직이지 않았던 부동층의 지원이 시작됐다는 시그널"이라며 "대선 골인 지점까지 중도 확장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정부론'을 내걸고 연일 국민의당 안철수·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에 동시다발 러브콜을 보내는 것도 중도층 유인 효과를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특히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당내에서도 실제 현실화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보지만 그 가능성을 띄우는 것만으로도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가 막판에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정치란 게 그런 것 아니냐"며 "우리는 끝까지 그 가능성을 열어놓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아울러 민주당이 안 후보와의 연대 내지는 단일화 가능성을 꾸준히 언급하는 데에는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를 교란하기 위한 수 싸움도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전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등판하자마자 SNS 자제령 등 당내 입단속에 나선 것도 설화(舌禍)에 예민한 중도층 표심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비공개회의에서 "SNS에 쓸데없는 글을 올리지 마라. 중도층은 그런 것을 싫어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으로, 막판 실점 최소화 전략이기도 하다.

선대위 전략기획본부 관계자는 "그동안은 유능한 경제대통령 캠페인 하에 따박따박 점수를 쌓는 뚜벅이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중도 확장을 하면서도 그간의 득점 포인트를 잃지 않는 방식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공식 선거전을 앞두고 선거운동 콘셉트를 '디지털 유세'로 전환한 것도 20∼30대에서 넓게는 40대까지 포진한 중도층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오미크론 확산세에 따라 자동차를 이용한 '드라이브인(Drive-in)' 유세까지 고려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거 때 활용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당내에서는 최소 3차례 더 진행될 TV토론을 중도층 공략의 최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는 남은 토론에서도 '준비된 대통령' 기조를 이어가며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위기 총사령관' 면모를 부각할 방침이다.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1차 토론에서는 판정승, 2차전에서는 KO 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이런 기세를 이어간다면 중도층, 부동층의 표심이 막판에는 이 후보 쪽으로 기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