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 값 두 배로 뛰었다…'이것' 때문에 미국서 수요 폭발 [원자재포커스]

미국 내 주요도시 아보카도값 급등
수퍼볼 앞두고 수요 급증했는데
중국 소비 늘고 물류난 겹쳐 수급균형 깨져
기후변화로 멕시코 작황 감소 전망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아보카도 가격이 전년대비 최대 두 배로 뛰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행사인 수퍼볼을 앞두고 아보카도 수급 균형이 깨진 탓이다.

농산물 무역거래 스타트업 트릿지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미국 보스턴 내 아보카도 가격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99.2% 급등했다. 필라델피아와 볼티모어 일대는 각각 전년대비 아보카도 값 상승률이 92.2%, 90.5% 뛰었다.
댈러스(83.9%)와 뉴욕(67.2%), 마이애미 (65.5%) 등에서도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트릿지는 농수산물 관련 데이터 약 110억 건을 기반으로 농산물 무역 분야 디지털화(DX)를 돕는 스타트업이다. 세계 90여국에 걸쳐 농산물 공급처 정보를 수집한다.

미국에선 13일(현지시간) 미국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인 수퍼볼을 앞두고 아보카도 수요가 급등했다. 수퍼볼은 매년 경기 중계 시청자가 1억명에 가까운 행사다.

미국에선 수퍼볼을 보며 즐기는 대표 음식 중 하나가 으깬 아보카도에 다진 토마토, 양파, 고수 등을 섞어 만든 과카몰레다. 과카몰레에 나초 칩 등을 찍어먹는 식이다. 198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 아보카도위원회가 당시엔 시원찮았던 아보카도 소비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과카몰레를 스포츠 행사와 엮어 홍보한 것이 식문화로 자리잡았다.
아보카도를 으깨 만든 과카몰리. 사진 게티이미지
트릿지에 따르면 통상 수퍼볼 경기 당일에 소비되는 아보카도 양은 4800만㎏에 달한다. 작년 기준 미국 전체 아보카도 소비량(약 122만5000톤)의 4%가 하루에 몰리는 셈이다.

코로나19 와중에도 그렇다. 경기장이나 음식점에서 과카몰레를 먹는 이들이 줄었지만, 가정에서 경기를 보는 이들이 여전히 과카몰레를 찾기 때문이다. 작년 1월 한 달간 수퍼볼 경기를 앞두고 미국이 수입한 아보카도는 12만6000톤이었다. 전년동기 대비 19% 많은 양이다.

통상 미국은 이 기간 외국에서 아보카도 수입을 늘리는 식으로 수급을 맞춘다. 하지만 올해는 글로벌 공급망 균열 영향으로 공급을 크게 늘리기 어려웠다.해운 정보분석기업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작년 말 세계 해운 일정 신뢰도는 32%로 2011년 측정 이래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선박 100척 중 68척은 예정 도착 일정을 맞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늦게 도착한 선박의 지연일은 평균 7.3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중국에서도 아보카도 인기가 치솟아 미국이 상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아보카도 물량이 더 줄었다. 트릿지에 따르면 작년 중국은 멕시코산 아보카도 수입량을 전년 대비 207% 늘렸다.

수급 불균형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 농무부는 작년 11월부터 오는 10월까지 멕시코 아보카도 생산량이 전년 대비 약 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기후변화로 인해 멕시코 내 주요 생산지 기온이 이전보다 높아지고, 비는 적게 와 작황이 악화할 것이란 설명이다. 멕시코는 미국이 소비하는 아보카도 약 90%를 공급하는 나라다. 세계 아보카도 공급의 약 45%를 책임진다.
세계 식량 가격도 오르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식량 가격은 2011년 이후 최고치를 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5.7포인트로 전월(134.1포인트) 대비 1.1% 올랐다. 요제프 슈미트후버 FAO 시장·무역담당 부국장은 식량을 비롯해 "에너지와 각종 필수재 가격이 오르면서 가정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