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대출 내놓는 인터넷은행들…자영업 대출은 증가세

토스뱅크, 인뱅 최초 개인사업자 대출 출시
최저금리 3%초중반·대출한도 1억원
자영업 대출, 2조원대 증가세 이어져
사진=한경DB
인터넷은행들이 올해 잇따라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을 출시한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개인대출 영업에서의 제약이 많다는 점에서 자영업 대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이날 인터넷 전문은행 중 최초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내놨다. 실제 사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가 대출 대상으로, 사업자등록번호를 보유하고 1년 이상 실제 사업을 영위하거나 최근 6개월 이상 매출액이 발생해야 한다. 최소 증빙 연소득은 소득금액증명원 기준 1000만원 이상이다. 최저금리는 연 3% 초중반(변동금리), 최대한도는 1억원이다. 대출 기간은 최소 1년부터 최대 5년(만기시 연장가능)이며, 중도상환수수료는 무료다. 상환 방식은 △원리금 균등 상환 △만기일시상환 중 선택할 수 있다.

토스뱅크는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 무보증·무담보로 진행한다. 대출자의 한도와 금리는 토스뱅크가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형(CSS)에 따라 소상공인에 특화된 기준을 반영해 결정된다. 또 후속 상품으로 지역신용보증재단과의 제휴를 통한 '온택트특례보증'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개인 사업자 대출을 내놓은 데에는 주요 주주인 중기중앙회와 시너지를 낸다는 측면도 고려됐다"며 "대출 금리 및 한도는 개인 사업자의 매출이나 현금흐름 등을 반영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토스뱅크의 지분 10%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케이뱅크도 올해 1분기 중 '개인사업자 운전자금 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케이뱅크는 신용보증재단과 협력해 보증 기반 상품을 출시하고, 순차적으로 신용 기반 상품을 내놓을 방침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초부터 기획,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인력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구성해 상품 개발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2017년부터 개인사업자 전용 생활자금대출 상품을 운영하며 데이터를 쌓아왔다는 점이 케이뱅크의 강점이다. 사업자의 매출 추이 등 경영·재무 관련 정보 활용을 확대, 신용평가모형을 차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하반기 개인사업자 대상 소호(SOHO) 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9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개인사업자용 수신, 대출 상품 두 가지를 동시에 출시해 기업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카뱅은 개인 자금과 사업 자금의 구분이 어려운 소상공인이 직관적으로 각 계좌를 관리·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용자환경(UI)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인터넷은행들이 사업자대출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가계대출을 확대하기엔 한계가 있어서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미리 대출을 받아놓자는 가수요가 몰렸다. 이 여파로 지난해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는 영업 9일 만에 대출 한도 5000억원이 모두 소진됐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0월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중단했고, 올해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영업 대출은 가계대출보다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6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SC·씨티)의 대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규모는 총25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 건수는 221만3000건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건수는 58.6%, 규모는 2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의 규모는 15.6% 확대됐으며 건수는 4.9% 늘었다.

최근 가계대출은 금리상승과 대출규제 강화 영향으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2000억원으로 전월보다 4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2월(2000억원 감소)에 이어 두 달 연속이다. 은행 가계대출이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 속보치 작성을 시작한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이다.세부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10월 4조7000억원 증가했지만, 올해 1월 2조2000억원으로 증가 규모가 절반 이상 축소됐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해 10월 2조6000억원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월도 2조1000억원 늘면서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