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박정희 묘역도 참배…5년 전과 달라진 이재명

"이승만은 친일 매국, 박정희는 독재"
2017년엔 참배 거부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14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2017년에는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했던 그야말로 독재자"라며 참배를 거부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여당 대선 후보로서 국민 통합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첫 일정으로 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서 분향·헌화한 뒤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대전현충원을 찾았다. 지난 1월 1일에는 서울현충원을 참배했지만 코로나19 방역 등의 이유로 전직 대통령 묘역은 별도로 참배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성남시장 시절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로 나서면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은 참배를 거부했다. 당시 이 후보는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했던 그야말로 독재자"라며 "우리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곳에 묻혀 있다고 한들 광주학살을 자행한 그를 추모할 수 없는 것처럼 친일매국 세력의 아버지,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보수 진영의 두 전직 대통령을 참배한 것은 중도·보수 성향의 부동층 유권자의 표심 공략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이날 선거가 임박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 "5년 전 경선을 하면서 내 양심상 독재자와 한강 철교 다리 끊고 도주한 국민을 버린 대통령을 참배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린 일이 있다"며 "그러나 5년이란 세월이 지나면서 저도 더 많은 생각하게 됐고, 저의 사회적 역할도 책임감도 많이 바뀌고 커졌다"고 했다.그러면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며 "공은 기리고 과는 질책하되 역사의 한 부분으로 기억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국민의 대표 되려면 특정 개인의 선호보다는 국민 입장에서, 국가 입장에서 어떤 게 더 바람직한지를 생각해야 된다고 지금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