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중대재해법…공기업 "ESG 경영만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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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발전, 주민과 수익 공유형 태양광 사업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공기업의 혁신이 본격화하고 있다. ESG 가치를 실현하는 데 소홀한 기업은 소비자와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이다. 특히 세계 각국이 목표로 제시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친환경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공기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협력업체와의 상생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 만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도 늘고 있고, 경직적인 공기업의 조직구조 자체를 개편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고용공단, 취업 촉진 위해 포털 개설
중부발전, 부패예방 캠페인 등 청렴도 우수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서는 공기업
에너지 공기업은 그동안 화석연료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은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발전수익을 공유하는 펀드모델을 개발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 주민이 태양광 발전사업에 투자하면 서부발전은 발전시간을 보증하고, 투자 주민을 선순위 채권투자자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서부발전이 지난해 12월 전북 군산에 준공한 새만금 육상태양광발전소는 펀드 조성에 참여한 지역 주민에게 연 7%의 수익률로 매년 2회씩 발전이익을 배분하고 있다.한국가스공사는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NG 벙커링은 선박에 경유보다 상대적으로 환경 친화적인 LNG를 연료로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스공사의 자회사인 한국엘엔지벙커링은 선박연료용 LNG 공급설비를 탑재한 아시아 최초의 LNG 벙커링 겸용 선박을 운용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2030년까지 선박용 LNG 136만t을 판매해 8000억원의 매출을 창출하는 동시에 탄소배출을 약 145만tGHG(배출 단위)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광물 확보 담당 공기업인 한국광해광업공단은 국내 광업계 전반의 탄소 저감을 지원하기 위해 이달 4일 ‘광업계 탄소중립협의회’를 출범시켰다. 협의회엔 석회석가공협동조합과 중소 광산업체 11곳이 참여한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가 광업계에서 나오는 만큼 광해광업공단은 국내 광산업체의 설비 교체 지원과 탄소배출권 구매지원용 예산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도 확대
협력업체와의 상생, 근로자 안전 강화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도 ESG 경영에 중요한 평가 요소다. 한국남동발전은 협력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중소기업이 개발한 우수 발전 기자재의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협력연구개발사업 개발선정품 인증서’ 수여 대상을 매년 선정해 인증서를 받은 제품에 대해선 지정일로부터 3년간 남동발전이 우선구매 혜택을 주고 있다. 남동발전은 2007년부터 올해까지 15년 동안 총 104건의 제품을 선정해 중소기업에 약 690억원의 매출 발생을 도왔다.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달 ‘장애인직업능력평가포털’을 개설했다. 그동안 오프라인 중심으로 제공되던 장애인 고용서비스를 온라인으로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다. 포털은 중증장애인 확인서 발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전까지 장애인이 중증장애인 확인서를 발급받으려면 장애인고용공단이나 지역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이젠 포털에서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발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장애인고용공단은 또 포털을 통해 온라인 직업심리검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검사는 직업과 관련한 흥미, 적성 등을 측정해 적합한 직업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방역 안전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비대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휴게소에서 대인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비대면 음식 주문 서비스를 올해 안에 국내 201개 전체 휴게소에 모두 도입하기로 했고, 운전자가 셀프주유소에서 미납 통행료를 납부할 수 있는 서비스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조직구조 개편해 ESG 가치 실현
한국전력은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구조 개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0년 12월엔 이사회 산하에 ‘ESG 추진위원회’를 신설해 ESG 경영을 위한 주요 현안을 심의하고 경영 방향성 점검 및 문제점을 관리·감독하도록 했다. ESG 추진위는 한전 이사회 의장이 위원장을 맡고, 비상임이사 3인으로 구성됐다. 한전은 또 공정한 거래문화 정착을 선도하기 위해 2020년 9월 ‘한전 특화형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구축했다.한국중부발전은 윤리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주관하는 근무혁신’ 등의 캠페인을 통해 부패 방지 예방활동을 적극 추진한 결과 공공기관으로는 유일하게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청렴도 평가에서 6년 연속 평가 우수등급을 달성했다는 게 중부발전의 설명이다. 중부발전은 또 인권침해 상담 및 사건처리 매뉴얼 개정, 음주행위에 대한 징계 양정기준 강화, 사생활 침해를 금지하도록 내부 윤리규정을 강화했다.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