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분이면 충분할 텐데…" 김혜경에게 초밥 배달한 제보자의 의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근 불거진 '과잉 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와, 그런데 저기 사모님 진짜 양 많은 것 같아요. 10인분을 아드님도 드시나." (A 씨)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초밥을 쌓아두진 않을 것 아냐." (배모 씨)"상하죠. 하루만 지나도." (A 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지사였던 지난해 6월 7일, 경기도청 총무과 5급 공무원 배모 씨 지시로 하급자인 7급 공무원 A 씨가 이 후보 자택에 한꺼번에 초밥 10인분을 포장 배달한 후 나눈 것으로 알려진 대화다.

A 씨가 지난 11일 공개한 지난해 6월 7일 녹취록에 따르면 김 씨 의전을 맡은 두 사람도 이 후보 자택으로 많은 양의 음식이 배달되는 데 의구심을 품은 것으로 추정된다.A 씨가 배 씨에게 "맛은 어떠시대요? 괜찮대요?"라고 물어보자 배 씨는 "별말 없는데"라고 답했다. 배 씨는 이어 "나는 개인적으로 기생충이 있다고 생각해. 밑에 사는 기생충이 있든지, 뭐가 있어"라고 의아해하자 A 씨는 "10인분씩 그렇게… (1인당) 2인분씩만 먹어도 사모님하고 아들 둘인데, 6인분이면 충분할 텐데"라고 답한다.

아카데미를 휩쓴 영화 '기생충'에는 부잣집 지하에 몰래 더부살이하던 남편을 위해 가사도우미가 항상 2인분의 음식을 먹는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배 씨는 "(전임자) OOO도 못 풀고 간 미스터리"라며 "나한테 맨날 그랬어. 저걸 진짜 다 드시는 거냐고"라고 왜 그리 많은 양의 음식을 요청했는지 궁금함을 표출했다.A 씨는 "사모님이 맨날 말라 있으신데 굳이 그렇게, 아들도 잘 먹나 봐. 그 생각을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편 이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 2차 TV 토론회에서 김혜경 씨의 불법 의전 논란을 놓고 거듭 사과했다. 이 후보는 "워낙 가까운 사적 관계에 있던 사람(배 씨)이 별정직으로 들어오다 보니까…. 그 사람은 주로 공무에 관한 일을 도와줬고, 그러다 보니 (아내가 공사) 경계를 넘어서 사적 도움을 받은 것 같다"라고 했다. 그는 "변명의 여지 없이 제 불찰"이라며 "제가 엄격하게 관리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초밥·소고기 등 심부름과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논란이 확산하자 9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오랜 인연이다 보니 때로는 여러 도움을 받았다.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과 사의 구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라면서 "국민 여러분께 특히 제보자 당사자(A 씨)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이어 "제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라면서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직접 배 씨에게 지시하지 않았음을 강조했지만, 또 다른 녹취록을 통해 배 씨가 '사모님'이라는 인물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 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14일 논평을 내고 "불법 의전이 김 씨가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게 아니라, '배 씨가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 주장해온 이 후보 측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 더 큰 물의를 빚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녹취를 보면 배 씨가 김 씨를 불법 의전한 것은 자발적 '도움'이 아닌 김 씨의 직접적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라며 "공익신고자 A 씨와 대화 중 배 씨는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고 '네 사모님', '예약 11시 반으로 했습니다' 등이라고 말한다"라고 했다.

이어 "배 씨는 지난 2일 입장문을 내고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A 씨에게 요구했다'고 한 바 있다"라며 "배 씨에게 거짓 입장문을 내도록 하고 그에 맞춰 이 후보 부부가 도의적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며 배 씨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앞서 TV조선이 이날 공개한 녹취록에는 지난해 7월 당시 경기도청 5급 공무원 배 씨가 공익제보자 A 씨를 질책하던 중 사모님이라는 인물로부터 전화를 받는 정황이 담겼다. 배 씨는 공손한 말투로 사모님에게 보고했고, 지시도 받았다. A 씨는 이 사모님이 이 후보의 배우자 김 씨라고 주장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