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대리점주 유족 "시간 없다더니 파업은 꼬박 참석"[전문]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서울시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앞에서 열린 전국택배노조 향후 투쟁 계획을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8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소속 조합원들의 집단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CJ대한통운 김포장기대리점장 이모씨의 부인 박모씨가 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불법 점거에 대해 14일 입장문을 내놨다. 그는 “남편의 죽음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어야 할 택배노조 집행부는 불법 폭력을 즉시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총사퇴하라”고 말했다.

박씨는 “법 위의 존재인 듯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사하고, 경찰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이 너희를 지켜줄 것이라 가르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정부는 택배노조의 불법행위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즉시 엄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간 노조원들이 경찰 조사는 ‘시간이 없다’며 제대로 받지 않으면서도 노조 집회엔 꼬박꼬박 참석하는 모습을 봐왔다”며 “남편이 하늘로 간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이 언제쯤 법의 심판을 받게 될지는 기약이 없어 아픔을 씻을 길은 아득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서로 돕고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고, 불법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단순한 진실이 통하는 세상이 만들어지도록 제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김포대리점장 부인의 입장문 전문

최근 집단폭력을 앞세운 택배노조의 본사 불법점거 뉴스를 보며 폭언과 집단 괴롭힘으로 운명을 달리한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택배노조가 남편의 억울한 죽음 앞에 사과를 할 때만 해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졌었는데,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 사과였구나, 역시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라는 확신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간 노조원들이 경찰 조사는 시간이 없다며 제대로 받지 않으면서도 노조 집회에는 꼬박꼬박 참석하는 모습을 보아 왔습니다. 남편이 피가 거꾸로 쏟는 심정으로 쓴 유서를 남기고 하늘로 간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간 이들이 언제쯤 법의 심판을 받게 될지는 기약이 없어, 아픔을 씻을 길은 아득할 뿐입니다.

저는 택배노조의 불법점거와 폭력행위를 보며 국가는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법 위의 존재인 듯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사하고, 경찰조차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이 너희를 지켜 줄 것이라 가르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남편의 죽음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어야 할 택배노조 집행부는 불법과 폭력을 즉시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총사퇴하십시오. 정부에게는 택배노조의 불법행위를 더 이상 방치하기 마시고 즉시 엄단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

서로 돕고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고, 불법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단순한 진실이 통하는 세상이 만들어지도록 제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면 진심으로 감사드리겠습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