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인천 송도…청약도 집값도 '냉기'

지난해 분양 열기와 대조적
분양가 9억원 넘어 대출 안돼
미계약 속출…무순위도 '시들'

작년엔 연수구 33% 올랐지만
전용 84㎡ 매매가 1억 이상 '뚝'
"급매물 아니면 매수세 안붙어"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값이 조정을 받고 있다. 최근 호가가 떨어지고 있는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더샵그린워크3차(18블록) 아파트. 은정진 기자
“주택형별로 작년 말 대비 적게는 6000만원, 많게는 1억4000만원까지 호가가 떨어졌어요. 그런데도 매수 문의 전화가 많이 없습니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매매 거래가 70%가량 줄었어요.” (송도동 S중개업소 대표)

지난해 집값이 거침없이 올랐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부동산 시장이 한파를 겪고 있다. 매수세가 크게 줄면서 주요 단지 매매가는 하락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일부 급매물 정도만 거래되고 있다. 아파트 분양 경쟁률도 예년에 비해 낮아지면서 무더기 ‘줍줍’(무순위 청약)이 속출하고 있다.

송도 매수세 한풀 꺾여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송도국제도시에선 신고가 거래가 연이어 나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정반대다. 작년 집값이 크게 상승한 단지들을 중심으로 1억원 넘게 하락한 거래가 나오고 있다.

2019년 입주한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1차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1월 11억3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하지만 현재 9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3개월 새 1억8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송도더샵그린워크3차(18블록)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10억2000만원에 실거래됐다. 같은해 10월 11억6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2개월 새 1억4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현재 호가는 직전 거래가보다 4000만원 낮은 9억8000만원이다. 송도동 J 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가격이 정체를 넘어 하락 추세인데도 일부 급매 외엔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며 “대통령선거 후 양도세 중과 완화가 이뤄지면 차익실현 매물이 나와 단기간 집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서 인천 연수구는 2월 첫째주(지난 7일 기준) 0.01% 떨어졌다. 전주(-0.04%)보다 낙폭은 줄었지만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세가 급격하게 얼어붙자 지난해 급등한 송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천 연수구 집값은 지난해 33.1% 올랐다. 인천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자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각종 개발 호재가 넘쳐 지난해까지 수요가 몰렸지만 강화된 대출 규제 등에 따라 송도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계에 이른 것 같다”고 했다.

분양시장도 얼어붙어

분양시장에서도 냉랭한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무더기 미계약 사례가 발생하면서 무순위 청약이 잇따르고 있다. 주상복합아파트인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는 96가구 중 33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이날 받았다. 33가구 모두 전용 84㎡ 타입으로 분양가는 약 8억5000만원대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벌써 네 번째 무순위 청약이다. 지난달 18일 3차에서 총 85명이 청약을 신청했지만 전원이 미계약했다.

지난 7~8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송도 럭스오션SK뷰는 1114가구 모집에 6353명이 청약통장을 신청해 평균 5.7 대 1을 나타냈다. 16개 주택형 중 9개의 청약이 마감되지 않았다. 2순위 청약에서도 평균 경쟁률 2 대 1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송도 자이더스타 역시 당첨자의 35%가량인 약 530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분양업계에서는 매수세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분양가가 높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송도동 K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 9억원 이상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이 안 된다”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어가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잔금 대출도 어려워 분양 문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인근 S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가 높아 큰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일부 단지는 최대 5년까지 전매를 제한한 곳도 있어 실거주자 외에는 접근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