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후보 단일화 스무고개

“선거에서 100이 있어야 이기는데 1%가 부족하면, 그 1%는 100%와 같다. 1+1=100도 되는 게 정치다.” 1997년 대선 때 ‘DJP(김대중+김종필)연합’ 협상 주역인 한광옥 당시 국민회의 사무총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정계 은퇴 번복에 대한 부정적 시각 등으로 수세였던 DJ는 ‘야합’이란 비판에도 DJP 연합을 강행했고,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 1.6%포인트 차로 신승을 거뒀다.

단일화는 대선 단골메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7번의 대선 중 6번에서 화두가 됐다. 그러나 그 과정은 스무고개가 따로 없을 정도로 험난했다. 잘되면 약, 잘못되면 독이 됐다. DJP 연합과 같이 후보들 결단으로 이뤄진 경우보다 여론조사 방식이 더 위험이 크다.여론조사 방식은 문구에 경쟁력과 적합도 중 어느 것을 넣느냐가 매번 쟁점이 됐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적합도를,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는 경쟁력을 각각 고수했다. 2012년 대선 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적합도를,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경쟁력을 주장했다. 적합도는 경쟁 상대의 변수를 배제하고 그 후보 선호도만으로 판단한다. 경쟁력은 단일화했을 때 상대 후보와 싸워 이길 수 있는지를 주된 잣대로 삼는다.

단일화 성공의 핵심요인은 뭘까. 무엇보다 결단과 양보다. DJ는 지루한 협상 끝에 내각제와 총리직, 장관 5 대 5 배분 등 JP의 요구를 다 수용했다. 물론 집권 중 내각제 개헌 약속 불이행으로 공동정권은 깨졌지만…. 노무현 후보는 막판 ‘적합도’를 먼저 접으면서 끝없는 싸움에 염증을 느끼던 여론을 반전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반면 2012년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끝까지 자신의 뜻을 고수하다가 안 후보가 전격 사퇴하면서 단일화는 깨졌고, 문 후보는 패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그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양측이 수싸움에 들어갔다. 윤 후보는 후보 간 담판을, 안 후보는 여론조사를 각각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론조사의 경우 시일이 촉박한데 밀고 당기기를 한다면 민심을 잃을 수 있고, 여당 지지자들의 역선택도 우려한다. 일리가 없지 않다. 안 후보는 여당 후보와 1 대 1로 경쟁했을 때 윤 후보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분명한 건 너무 오래 끌면 역효과가 난다는 사실이다. 1+1=100을 원한다면 역시 결단과 양보가 관건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