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선 종이마저 턱없이 부족…소비재기업, 가격표도 못달아

獨인쇄용지 가격 20년만에 최고
핀란드 임업그룹 대규모 파업 탓
음식·음료업종 등서 피해 확산
유럽에서 종이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핀란드 임업그룹 UPM-키메네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근로자 수천 명이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라벨과 같은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는 소비재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품가격 조사업체 패스트마켓RISI에 따르면 최근 독일의 비코팅 인쇄용지 가격은 20여 년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이 종이의 2000년 가격을 100이라고 하면 최근 가격은 약 120까지 치솟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종이의 가격은 70 수준에 불과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디지털화가 이뤄지면서 종이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컨설팅업체 EMGE의 이완 르 모인 이사는 “지금 현장에선 불과 몇 t도 안 되는 종이를 두고 치열한 확보전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종이 가격이 급등해 완전히 엉망진창이 됐다”고 전했다.

유럽 내 1000개 이상의 라벨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단체인 피나트는 종이 공급 부족으로 라벨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쥘 르젠 피나트 관리이사는 “종이가 부족해 라벨 제조를 못하고 있다는 회원사가 늘고 있다”며 “라벨은 음식 음료 약품 자동차 전자제품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 쓰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소비재 및 물류업체들은 일시적으로 플라스틱 라벨을 사용하거나 포장지에 직접 라벨을 인쇄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종이 부족 사태의 원인이 UPM 근로자들의 파업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UPM은 유럽 라벨 공급량의 40%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노동조합은 3월 12일까지 파업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임금 등과 관련한 노사의 일괄 협상을 중단하고 사업 부문별로 따로 협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