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위원장 출신이 협력업체 노무임원으로…노조 '발칵'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사에서 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을 채용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주식회사 세진은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윤해모 씨를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씨는 2007년부터 2년 동안 현대차지부장을 역임했으며 2017년 민주노총 9기 임원선거에 출마한 적도 있습니다. 세진 측은 윤 씨의 채용 이유에 대해 "현장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노조 출신으로 현장을 잘 아는 윤 씨를 통해 노조와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이에 금속노조 경주지부 세진지회는 반발하면서 "윤해모의 입사를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문도 내놓았습니다. 세진지회는 "회사는 업무도 불분명한 사람을 임원 연봉을 줘가며 고용하려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못하고 있다"며 "납득할만한 이유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노조는 또 최근 세진 측이 희망퇴직을 연이어 실시하는 등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데도 알 수 없는 목적으로 윤 씨를 채용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지회의 반대에 윤 씨의 주요 업무를 대외업무로 바꾸겠다고 설명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노조는 "윤 씨를 위해 업무를 만들어 내고 있다"며 "윤 씨에게 지급되는 연봉은 조합원 동지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씨는 현대차 지부장 시절 불법파업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옥살이를 하는 등 초강성으로 분류된 인물입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윤 씨는 민투위(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출신으로 상당히 강성으로 분류됐던 인물이라 사측으로 향한 것은 의외"라며 "회사가 윤 씨를 노무관리 담당 임원으로 특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노조로서도 거북스럽고 불편한 상황일 것"이라며 "윤 씨가 채용될 경우 노조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윤 씨가 어떤 스탠스로 어떤 역할을 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고도 했습니다. 윤 씨는 2009년 민투위에서 제명되는 등 조직 갈등의 한가운데 있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노조 위원장 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채용하는 데에는 노조 약화를 노리는 등 모종의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반면 임원 한 명을 채용해서 노조 교섭력이 크게 약화되거나 노조를 공격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닌데 노조가 지나치게 과민반응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어찌 됐든 금속노조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소식이라는 전언입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