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판정 승복·패자 위로·선물 교환…동계올림픽 따뜻했던 순간들

황대헌은 경기 중 충돌한 선수에게 사과, 사우디아라비아 선수 '눈 속의 완주'
대회 중반을 넘어서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치열한 승부 속에 따뜻함을 전하는 장면들이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미소를 자아내고 있다.대회 공식 소식지를 발행하는 차이나 데일리는 최근호를 통해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해주는 이번 대회의 친절한 장면들'을 소개했다.

가장 먼저 컬링 믹스 더블 경기에서 나온 중국과 미국 선수들의 선물 교환 장면이 선정됐다.

5일 열린 컬링 믹스 더블 경기에서 미국의 크리스토퍼 플라이스-빅토리아 페르징거 조를 상대한 중국의 링즈-판쑤위안 조는 경기가 끝난 뒤 미국 선수들에게 기념 배지 세트를 선물했다.이번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인 갈등이 첨예화한 가운데 대회 초반에 나온 미국과 중국 선수들의 선물 교환은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됐다.
중국 18세 스노보드 선수인 쑤이밍의 판정 승복도 중국 내에서 커다란 감동 스토리였다.

쑤이밍은 스노보드 남자 슬로프스타일 결선에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그런데 금메달리스트 맥스 패럿(캐나다)이 오심에 따른 판정 이득을 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국제스키연맹(FIS)에서도 사실상 오심을 시인했을 정도로 명백한 사안이었으나 쑤이밍은 자신의 일본인 코치와 함께 '판정에 승복한다'며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한다.

우리는 이것을 더 발전하려는 동기로 삼겠다"고 팬들에게 심판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패자를 위로하는 장면도 이런 올림픽에서는 빠지지 않는 뉴스다.

중국의 동계스포츠 최고의 스타 에일린 구는 8일 열린 프리스타일 스키 빅에어 결승에서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역전 우승을 달성한 뒤 은메달을 따낸 테스 르되를 위로했다.

특히 르되는 작년에 부친상을 당한 선수이기도 하다.

에일린 구는 "르되와 같은 선수들이 저에게 영감을 줬기 때문에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 스포츠를 함께 하는 동료"라고 말했다.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클래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보 니스카넨(핀란드)은 자신보다 17분 이상 늦게 들어온 최하위 카를로스 킨타나(콜롬비아)를 결승선에서 따뜻하게 맞아주는 장면으로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평을 들었다.

쇼트트랙 남자 500m에 출전한 황대헌(강원도청)은 준결승 도중 충돌한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에게 경기가 끝난 뒤 사과했다.

실격으로 탈락한 황대헌이 어드밴스로 결승에 오른 뒤부아에게 사과하는 장면은 '패자가 승자에게 한 사과'로 이례적이었다.

남자 1,500m 금메달리스트로서의 여유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베이징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 13일 알파인 스키 남자 대회전 경기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아이티, 동티모르, 가나 등 더운 나라 선수들이 많이 출전했다.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파인 스키 선수 파이크 아브디는 1, 2차 시기 합계 2분 46초 85로 출전 선수 89명 중 중위권인 44위에 올랐다.눈이 워낙 많이 내리는 악조건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89명 중 절반에 가까운 43명이 중도 탈락한 것에 비하면 '열사의 나라'에서 온 파이크 아브디가 1, 2차 시기 모두 완주한 것 자체가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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