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추진 신공항,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최원철의 미래집]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지자체에서 국제공항, 대형공항 추진 중인데…
'소형공항' 건설로 발상의 전환 필요
내수 관광 활성화, 관광객 상품 차별화 예상
여객기가 울릉공항에 착륙하는 상상도. 사진=경상북도
전국 곳곳에서 공항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부산 가덕도·새만금 등에 국제공항이, 울릉도에는 2025년께 소형공항이 개항하고 백령도와 흑산도에도 소형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공항은 지역 산업이나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국제공항으로 계획된 기존 무안공항, 청주공항, 대구공항, 양양공항이 실패한 경험 때문입니다.

공항은 저가항공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입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되레 지역민들을 해외로 보내는 결과만 낳았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일본, 베트남, 중국 등 저가항공이 취항하던 곳 대부분에 입국이 금지되니 현재는 제대로 운영되는 곳도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최근 국내 여행트랜드를 보면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니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국내 관광지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남들과 차별화된 테마나 스토리를 찾는 MZ세대 성향과 야놀자, 여기어때 등 여행플랫폼 회사들의 성장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덕분에 양양이나 웅진군, 무주군, 홍천군, 태안군, 삼척시, 정선군 등이 새롭게 주목받는 지역으로 거듭났습니다.

또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주말을 이용한 호캉스(호텔+바캉스)가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자산에 여유가 있는 5060세대 사이에 지방의 최고급 풀빌라 리조트로 떠나는 여행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지방 명소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벨리즈시티 Maya Island 항공사가 운항하는 소형 항공기. 기장과 부기장을 제외하고 9명이 탑승합니다. /사진=최원철
하지만 지방의 숨은 명소들은 쉽게 다녀오기 어렵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접근성도 떨어집니다. 지역 관광지들을 성장시키려면 외국인 관광객도 유치해야 하는데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요.우리가 해외 유명관광지가 나오는 영화나 다큐멘터리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해외 유명 관광지는 19인승 이하 소형 항공기를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소형공항들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부자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중남미 캐러비언 국가인 '벨리즈'의 경우도 시내공항에서 9인승 소형 항공기를 타고 각 섬을 오갑니다.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 승객을 태우고 다시 출발하듯 소형 항공기가 여러 섬에 착륙과 이륙을 반복합니다. 그렇게 내리는 공항도 1km 남짓한 활주로와 소형 사무실만 있을 정도로 규모가 아주 작습니다.

벨리즈의 산페드로 섬은 트립어드바이져에서 세계인이 가고 싶어하는 섬 1위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가보면 한국의 섬보다 더 나을 것도 없습니다. 접근성 측면에서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 부자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은 것입니다.전세계 관광객이 좋아하는 그리스 산토리니섬의 공항도 규모가 아주 작습니다. 공항이 너무 작아서 탑승권을 받을 때 줄이 공항 밖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비슷한 시간대에 여러 외국항공사가 출발할 때면 공항 밖에 각 항공사별로 줄을 선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 산토리니섬 국제공항 밖에 탑승권 발급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줄을 선 모습. 사진=최원철
해외 유명 관광지라고 엄청난 시설이 있는 게 아닙니다. 접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관광 인프라를 두어 활용할 수 있게 하니 관광객이 몰린 것입니다. 호주나 아프리카의 경우에도 소형 항공기와 소형 공항을 통한 관광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이런 시설들이 국내 각 섬이나 지방에 많이 생긴다면 접근성이 좋아져 국내 구석구석을 관광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소형 항공기들이 이착륙 가능한 공항은 기존 폐도로를 활용하고 간단한 시설만 투자하면 됩니다. 관광지와 거리도 멀고 국제공항 규모인 기존 공항들을 더 짓자는 게 아닙니다. 국내 관광지 곳곳에 쉽게 만들 수 있는 작은 공항이 필요한 겁니다.현실적으로 관련 법규만 완화해준다면 이러한 소형공항 운항에 저가항공사 대부분이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해두면 내국인 관광은 물론 코로나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을 때 국내 구석구석의 관광자원을 경험한다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무작정 덮어놓지 말고 모든 지자체가 적극 검토해보길 바랍니다. 내수관광 활성화는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의 수준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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