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폭락 와중에…기관들, '맘스터치' 줍줍한 까닭 [돈앤톡]

자사주 매입·자진상폐 종목 중심의 투자전략

금리인상 수혜주 줍줍…외인, 대형 은행주 샀다
시장 흐름에 따라 대응전략도 다양
/사진=뉴스1
국내 주식시장이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긴축 우려와 함께 조정을 받고 있지만, 외국인과 기관들은 자진 상장폐지 등 수익률이 확실한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 그동안 성장주 등 중·장기적인 투자에 나섰다며 오히려 이번 조정을 포트폴리오 정비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전날까지 273포인트(9.17%) 떨어진 2704.48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도 181.19포인트(17.5%) 급락한 852.79을 가리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한데다가 미 Fed의 긴축 우려,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불거지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3조8098억원, 4643억원 사들인 반면 기관은 4조1732억원 팔아치웠다. 코스닥시장에선 개인 홀로 3조9739억원 순매수했으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조8023억원, 1조2051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증시가 주춤하자 종목별로 차별화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투자자들도 이에 맞게 대응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우선 기관은 확실한 호재가 있는 종목을 대거 사들였다. 기관투자자의 거래량 기준 순매수 상위 1위를 차지한 것은 메리츠증권이다. 그 뒤를 △맘스터치 △SNK △GRT 순으로 나타났다.

연초 증권주가 미 Fed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과 함께 조정을 받았지만 메리츠증권은 약 한 달만에 18.4%나 급등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3월과 6월, 11월 세 차례에 걸쳐 3400억원 규모로 소각을 목적으로 한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하는 등 자사주 매입 호재가 잇따랐다.기관투자자는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종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국계 코스닥 상장사 GRT에 이어 게임업체 SNK,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맘스터치 등이 거래량 기준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장 규정상 대주주가 상장 주식의 95% 이상을 확보하면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공개매수'이다.

공개매수란 기업의 경영권이나 지배권을 획득 또는 강화하기 위해 주식의 매수희망자가 매수 기간, 가격, 수량 등을 공개해 제시하고 나서 다수의 주주로부터 주식을 매수해 지분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만약 저가에 주가를 담을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단기적인 이슈나 확실한 호재에 투자했던 기관과 달리, 외국인은 대형주 중심의 금리인상 수혜주를 대거 사들였다. 올 들어 거래량 기준 순매수 상위권에 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해 △KB금융 △하나금융지수 △기업은행 △신한지주 △BNK금융지주 등 은행 관련주가 대거 포함됐다.

올 들어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은 각각 15.7%, 17.4% 급등했다.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은행주들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주식시장에선 이번 금리인상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익성 확대로 인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Fed의 긴축 공포가 찾아온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악재가 쌓이면서다. 따라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대응 전략도 수시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빠른 긴축에 대한 의지가 높게 나타난다. 시장금리 상승폭 확대와 Fed의 통화 긴축 관련 불확실성을 자극할 수 있다"며 "이러한 흐름은 3월 중순 예정된 FOMC에서 Fed 위원들의 점도표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을 통해 향후 정책 행보가 구체화될 경우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