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 앞세운 이재명 "박정희·홍준표 정책도 국민에 좋으면 쓸 것"

경부 '상행선 유세'…부산·대구·대전 거쳐 서울로

부산에서 '경제' 27번 언급
"정치인에게 이념·사상 안 중요해"
'먹고사는 문제' 해결할 적임자 자처

尹 겨냥 "사교·주술집단 두려워해"
신천지 '수색영장' 반려 의혹 거론

지방이전 기업에 법인세 면제 약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부산 부전역에서 열린 첫 공식 유세에서 양손 엄지를 세워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떻습니까.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필요하다면 진영을 가리지 않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부산에서 시작해 대구 대전 서울까지 이어진 연설마다 ‘경제’라는 단어를 수십 차례 언급했다. “좋은 정책이라면 홍준표(국민의힘 의원) 정책도 다 갖다 쓰겠다. 이게 실용정치”라며 중도층 공략에 힘을 쏟았다.

이재명 “좌우 안 가리겠다”

이 후보는 이날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 “좋은 정책이면 좌파냐 우파냐, 김대중 정책이냐 박정희 정책이냐를 가리지 않는다”며 “검증된 실력으로 경제를 확실히 살려내겠다”고 역설했다.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 방문으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그는 부산에 이어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를 두 번째 유세 장소로 찾았다.

이 후보는 지역의 보수성향을 의식한 듯 “나와 같은 색깔(정치성향)을 좋아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내 삶을 더 낫게 만들고, 내 자녀들이 꿈을 품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재명을 도구로 선택해 달라”고 했다.

연설 도중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장면 속 “와 이리(왜 이렇게) 인기가 좋아?” “뭘 마이 미기야지(많이 먹여야지)”라는 대사를 따라하기도 했다.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연설 중간 “옳소”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지지자들의 연호가 터져나왔다.이 후보는 부산 부전역 연설에서도 ‘경제’라는 단어를 27번 언급하면서 ‘유능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내세웠다. “부산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낳은 곳”이라고 운을 뗀 이 후보는 “정치인에게 이념과 사상이 뭐가 중요하냐”며 “신념과 가치가 국민과 어긋나면 포기하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게 민주국가”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지방으로 본사를 옮기는 기업에 대해 2030년까지 법인세를 완전 면제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일자리가 수도권에만 쏟아지는 현상, 이른바 취업의 남방한계선을 뚫어줘야 할 때”라며 “이미 지방에 자리잡고 있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하도 필요하다”고 했다.

尹 겨냥 “주술집단 두려워해서야”

이 후보는 연설 때마다 경쟁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무속 논란’을 겨냥했다. 그는 대구 연설에서 옆에 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가리키며 “장관이 빨리 압수수색하라고 할 때도 신천지는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았다”며 “사교·주술집단의 정치적 반격이 두려워서 사교집단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할 때 저는 정치 생명을 걸고 도지사가 해야 할 일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무속인의 조언으로 신천지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했다는 의혹을 거론한 것이다.유세에 함께한 추 전 장관은 손바닥을 펴고 지지자들에게 “여러분 왕(王)자 보이죠?”라고 물었다. 과거 TV 토론에서 손바닥에 왕자를 쓰고 나와 논란이 된 윤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다. 추 전 장관이 보여준 파란색 장갑엔 ‘앞으로 제대로 민주당’이라고 써 있었다.

이 후보는 대전 으능정이 거리 유세에선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고향이 충북 충주인 것을 언급하며 “제가 충청도 오니 갑자기 마음이 푸근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고향 충청도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같이 흉악한 것 말고 보일러를 놔드리겠다”고 했다. 최근충청권이 사드 배치 장소로 언급되고 있는 상황을 겨냥한 것이다.

첫날 ‘통합·경제대통령’ 강조

이 후보가 ‘경부선 상행’ 유세를 소화하는 사이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정세균 상임고문은 각각 광주와 전북 전주를 찾아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 선대위원장은 윤 후보를 겨냥해 “한 번도 방역을 걱정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방역을 책임지겠다? 되지 않는다”며 “이재명 동지에게 사공 노릇을 맡겨주는 게 옳겠다”고 말했다. 정 상임고문도 “코로나, 민생경제, 양극화, 지방 소멸 등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유능한 이재명 선장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호남선과 경부선이 만나는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통합’을 강조하면서 공식 선거운동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전범진/고은이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