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년째 도돌이표 '규제 네거티브' 공약, 지겹지도 않은가

이번 대선에도 규제개혁 공약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기업인을 만날 때마다 규제 철폐를 약속하고 있다. 이 후보는 그제 대한상의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2-포(for)-1 룰’(규제 1개 신설 때 규제 2개 폐지)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세 후보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도 약속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하는 것 이외에 모두 허용하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선전이 신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일단 허용, 규제는 예외’ 원칙을 적용하고, 문제가 있을 때만 규제를 검토하니 왕성한 창업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후보들이 네거티브 규제를 공약했지만, 기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난 24년간 정권들이 앵무새처럼 되뇌어 왔으나 실패의 전철을 지겹도록 봐왔기 때문이다. 1998년 규제개혁위원회를 만든 김대중 정부는 규제를 ‘기요틴’에, 이명박 정부는 ‘전봇대’에,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에 각각 비유하며 뿌리 뽑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규제와 절연(絶緣)’을 선언했다.이런 의욕 충만한 단어들이 무색할 정도로 결과는 참담하다. 기업 규제 강화·신설은 이 정부 들어 2017년 1094건에서 3년 만에 1510건으로 40%가량 늘었다. 정부는 틈만 나면 규제 샌드박스를 성과라고 내세운다. 이 역시 지난 3년간 600여 건을 승인했지만 제도 개선은 고작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규제개혁이 실패하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규제를 하나 없애려 하면 이익단체 등 기득권 집단이 들고일어난다. 게다가 이 정부 들어 공무원이 10만 명 이상 증가했으니 규제가 덩달아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전체 입법의 95%를 차지하는 국회 의원입법은 사전 영향평가도 받지 않고 졸속 처리돼 규제를 폭증시키는 주범이다. 행정규제 몇 개 손봐야 소용없다. 화학물질관리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덩어리 규제를 쏟아내니 기업들은 노심초사하며 대관업무에 매달리는 것 아닌가.

이젠 규제개혁을 거론하기도 입이 아플 지경이다. 스타트업과 기업인들에게 더 이상 희망고문을 하지 말라고 주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 표만 의식해 공허하게 규제 철폐를 도돌이표처럼 외쳐선 일자리 창출도, 경제 활성화도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