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발산업 'AI 혁신'…수개월 제조공정 확 줄인다

스타트업 크리스틴컴퍼니
제조공정 AI 플랫폼 출시 앞둬
올들어 벌써 15억원 투자 유치

OEM에 집중된 부산 신발산업
고부가 산업으로 변신 주도할 듯
신발 제조 공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스템을 효율화·체계화해 제조 공정을 단축함으로써 부산의 신발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신발 제조·브랜드 스타트업 크리스틴컴퍼니는 신발 공정 AI 플랫폼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현재 300개의 신발 공장이 참여 중이며, 국내 대형 브랜드 두 곳이 3개월 동안 시스템을 검증한다. 제품은 오는 7월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이 플랫폼은 실타래처럼 얽힌 신발 공정을 확률적 기법을 적용한 AI 기술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에선 신발의 끈과 밑창 등 부속별로 제조 공장이 따로 존재하고, 공정에 따라 별도의 중간 연결 회사가 있어 완제품을 받기까지 짧게는 10개월이 걸린다. 이 플랫폼을 통해 품목과 생산량 등을 입력하면 AI가 공정별로 가장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연결해준다.

새로운 플랫폼 출시에 따라 신발 제조 공장이 밀집한 부산의 신발산업도 급격하게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틴컴퍼니를 발굴해 후속 투자 연계까지 지원한 박준상 시리즈벤처스 대표는 “전국 1200개 신발 공장 중 75%가 부산에 밀집해 있다”며 “그동안 스포츠 브랜드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납품해 원가 절감을 내세웠던 공장들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고부가가치 영역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공장에 관한 정보를 독점했던 중간 연결 회사를 통하지 않아도 돼 신발 제조 공장은 다양한 신발 기획자의 수요에 맞춰 특화 영역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크리스틴컴퍼니는 기존 중간 연결 회사가 플랫폼 내에서 품질 관리(QC)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는 “스포츠 브랜드 의존도를 낮추고 최근 떠오르는 패션 신발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체 신발 브랜드 매출도 최근 1년 사이 400% 증가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틴컴퍼니는 지난해 3월 네이버와 시리즈벤처스 등으로부터 5억5000만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에는 네이버와 아주IB투자 등으로부터 15억원의 투자 유치를 확정했으며, 이달 안에 5억~10억원가량의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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