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 대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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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타임오프제에 찬성했다고 해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친(親)노조 성향을 따라갈 순 없을 것이다. 이 후보는 '친노조'가 아닌 '친노동'을 강조하고 경제가 잘되려면 친노동부터 실천해야 한다지만, 결국 전체 근로자의 10%도 가입하지 않은 민노총과 한노총 이익을 대변할 것이란 점은 불문가지다.
그렇다면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노동계와 정권의 밀월(蜜月)이 이어지고 기업은 알아서 저(低)를 취하면서 노사갈등과 대립 양상이 완화될 수 있을까. 직접적 계약관계가 없는 원청회사인 CJ대한통운 본사를 택배노조가 어제까지 엿새째 불법 점거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기세등등해진 노동계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노사대립은 더욱 첨예화할 수 있다.CJ대한통운 본사 점거 사태가 왜 촉발됐는지 되짚어보면 이런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첫 번째 계기는 지난해 6월 중앙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性)'을 인정하면서 택배노조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애초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하청업체(대리점주)와 계약을 맺는 택배기사들이 아무리 특수고용 형태라 하더라도 원청업체(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 요구까지는 할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치 않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하지만 택배노조의 재심 요청에 중노위는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일부 하급심(법원) 판결을 들어 지노위 판정을 뒤집어버렸다.
이에 대해 중노위 심판위원회 구성 자체가 편향됐다는 지적도 나오는 등 논란이 적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조차 지난 10월 국회 답변 과정에서 '중노위 판정이 대법원 판례와 정부의 기존 행정해석과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고용부는 "대법원 판례와 행정해석은 명시적·묵시적 근로관계를 요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이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낸)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런 이유(중노위 판정)만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록 중노위가 고용부 산하이지만, 양 기관은 지배·종속적 관계가 아니란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CJ대한통운 본사 점거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가 "쟁의 요건을 갖췄다 보기 어렵다. 명백한 불법 점거"라고 반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 계기는 정치화하고 있다고 비난받는 경찰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를 재물손괴·업무방해로 고소했으며 기습 점거 과정에서 본사 직원 폭행, 경찰 욕설 등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데도 경찰은 '기본적으로 노사문제'라며 형사입건도 하지 않고, 강제 해산과 현행범 체포 등 공권력 행사를 주저하고 있다. 그냥 자진퇴거를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고용부는 일관성 있게 "경찰이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하는데, 경찰은 "고용부가 불법 파업 여부를 판단해야 경찰 대응이 가능하다"고 한다. 경찰은 고용부와 중노위를 하나의 조직으로 보고, 고용부의 공식적 입장 표명이 없는 한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문제는 이런 사태 전개를 택배노조가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란 점이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마당에 정치조직처럼 움직이는 경찰을 노동계가 무서워할 리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찰이 노동계 투쟁에 원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입건돼도 금방 풀려나온다는 얘기를 노동자들끼리 쉽게 하는 지경이 됐다.
세 번째는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을 앞두고 법원 판결(행정소송 결과) 또한 내려지기 쉽지 않은 틈새를 파고든 점이다. CJ대한통운이 작년 7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 판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사안의 파급력이나 인화성도 엄청나다.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다른 특고 노동자들도 노동자 지위를 확인받을 길이 열리게 된다. 노조는 원청업체와 직접 단협을 할 수 있다. 이미 이들 12개 업종에 대한 고용보험이 실시됐고, 이제는 노동자 지위 인정과 노동관계법 적용 여부가 사회적 관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학습지 교사, 퀵서비스 기사, 보험설계사, 대출모집인, 방문판매원, 건설기계 종사자 등 특고 노동자들로 세(勢)를 불릴 기회를 노동단체들이 놓칠 리 없다.
이런 점에서 작년 말 파업을 시작한 택배노조가 원청업체 본사 점거만큼 확실하게 주목을 끄는 투쟁방법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칫 장기 농성이 고착화돼 사태 진화가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새 정권으로부터 확실한 '약속'을 받으려 할 테고, 윤석열 후보가 이기면 더욱 극한적인 투쟁을 벌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택배노조 파업이 시민들의 일상을 불편하게 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말 그대로 세상을 멈출 작정으로 달려들지 모른다. 큰일이 아닐 수 없다. 특고 등으로 확대되는 노사갈등이 대선 이후 더 걱정인 이유다.
장규호 논설위원
그렇다면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노동계와 정권의 밀월(蜜月)이 이어지고 기업은 알아서 저(低)를 취하면서 노사갈등과 대립 양상이 완화될 수 있을까. 직접적 계약관계가 없는 원청회사인 CJ대한통운 본사를 택배노조가 어제까지 엿새째 불법 점거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기세등등해진 노동계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노사대립은 더욱 첨예화할 수 있다.CJ대한통운 본사 점거 사태가 왜 촉발됐는지 되짚어보면 이런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첫 번째 계기는 지난해 6월 중앙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性)'을 인정하면서 택배노조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애초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하청업체(대리점주)와 계약을 맺는 택배기사들이 아무리 특수고용 형태라 하더라도 원청업체(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 요구까지는 할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치 않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하지만 택배노조의 재심 요청에 중노위는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일부 하급심(법원) 판결을 들어 지노위 판정을 뒤집어버렸다.
이에 대해 중노위 심판위원회 구성 자체가 편향됐다는 지적도 나오는 등 논란이 적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조차 지난 10월 국회 답변 과정에서 '중노위 판정이 대법원 판례와 정부의 기존 행정해석과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고용부는 "대법원 판례와 행정해석은 명시적·묵시적 근로관계를 요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이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낸)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런 이유(중노위 판정)만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록 중노위가 고용부 산하이지만, 양 기관은 지배·종속적 관계가 아니란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CJ대한통운 본사 점거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가 "쟁의 요건을 갖췄다 보기 어렵다. 명백한 불법 점거"라고 반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 계기는 정치화하고 있다고 비난받는 경찰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를 재물손괴·업무방해로 고소했으며 기습 점거 과정에서 본사 직원 폭행, 경찰 욕설 등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데도 경찰은 '기본적으로 노사문제'라며 형사입건도 하지 않고, 강제 해산과 현행범 체포 등 공권력 행사를 주저하고 있다. 그냥 자진퇴거를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고용부는 일관성 있게 "경찰이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하는데, 경찰은 "고용부가 불법 파업 여부를 판단해야 경찰 대응이 가능하다"고 한다. 경찰은 고용부와 중노위를 하나의 조직으로 보고, 고용부의 공식적 입장 표명이 없는 한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문제는 이런 사태 전개를 택배노조가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란 점이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마당에 정치조직처럼 움직이는 경찰을 노동계가 무서워할 리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찰이 노동계 투쟁에 원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입건돼도 금방 풀려나온다는 얘기를 노동자들끼리 쉽게 하는 지경이 됐다.
세 번째는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을 앞두고 법원 판결(행정소송 결과) 또한 내려지기 쉽지 않은 틈새를 파고든 점이다. CJ대한통운이 작년 7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 판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사안의 파급력이나 인화성도 엄청나다.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다른 특고 노동자들도 노동자 지위를 확인받을 길이 열리게 된다. 노조는 원청업체와 직접 단협을 할 수 있다. 이미 이들 12개 업종에 대한 고용보험이 실시됐고, 이제는 노동자 지위 인정과 노동관계법 적용 여부가 사회적 관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학습지 교사, 퀵서비스 기사, 보험설계사, 대출모집인, 방문판매원, 건설기계 종사자 등 특고 노동자들로 세(勢)를 불릴 기회를 노동단체들이 놓칠 리 없다.
이런 점에서 작년 말 파업을 시작한 택배노조가 원청업체 본사 점거만큼 확실하게 주목을 끄는 투쟁방법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칫 장기 농성이 고착화돼 사태 진화가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새 정권으로부터 확실한 '약속'을 받으려 할 테고, 윤석열 후보가 이기면 더욱 극한적인 투쟁을 벌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택배노조 파업이 시민들의 일상을 불편하게 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말 그대로 세상을 멈출 작정으로 달려들지 모른다. 큰일이 아닐 수 없다. 특고 등으로 확대되는 노사갈등이 대선 이후 더 걱정인 이유다.
장규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