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승부수 띄운 일동제약…R&D 투자 '역대급' 쏟아부었다

작년 3분기까지 796억 '사상 최대'…5년새 4배 급증
신약·임상 계열사 설립…작년 국내외 신약 특허만 7건
당뇨 치료 후보물질 1상 돌입…경구용 코로나 치료제도 '가속'
경기 화성시에 있는 일동제약중앙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신약개발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일동제약 제공
일동제약은 2020년 786억원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썼다. 전체 매출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16년(212억원)과 비교하면 4년 동안 3배 넘게 늘었다. 작년에는 3분기 누적으로 796억원가량을 R&D에 투자했다. 3분기까지 쓴 돈이 2020년 한 해 동안 쓴 R&D 비용을 능가했다. 작년에 역대 최대 R&D 투자액을 기록했을 것으로 회사는 추정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최근 수년간 신약개발 전문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거듭해왔다. R&D에 집중 투자한 것은 물론 관련 조직을 꾸준히 확대 개편했다. 일동제약그룹 내 계열사로 신약개발 전문회사 아이디언스, 임상 약리 컨설팅 전문회사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 신약디스커버리 전문회사 아이리드비엠에스 등을 잇달아 설립하거나 인수했다.아이디언스는 일동제약이 발굴한 다중 당중합효소(PARP) 저해 기전의 표적항암제 ‘베나다파립’에 대한 임상을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체계적인 R&D를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고 했다.

일동제약의 R&D 투자 확대 전략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IDG16177)은 작년 6월 독일에서 임상 1상에 들어갔다. 작년에만 신약 관련 국내외 특허를 7건이나 등록하는 등 신약개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작년 11월부터는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으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와 코로나19 치료제 외에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등 간 질환 치료제 △고형암 치료제 △노인성 황반변성, 녹내장 등 안과 질환 치료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파이프라인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ID11014’(물질명 IDG16177)와 NASH 치료제 ‘ID11903’이다. 두 파이프라인은 현재 글로벌 임상을 하고 있거나 임상시험계획(IND) 제출 준비 단계에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신속한 프로젝트 진행, 기술수출 및 파트너 확보, 오픈이노베이션 등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전문 기관을 통해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당뇨병 치료제는 췌장 베타세포의 G단백질결합수용체40(GPR40)을 활성화해 인슐린 분비를 유도, 혈당을 조절하는 기전을 가진 GPR40 작용제 계열의 신약 후보물질이다. 고혈당 시에 선택적으로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유도하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약물 투여로 인한 저혈당 발생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실험 결과 이 치료제는 유사 계열의 경쟁 물질에 비해 10배 낮은 용량에서도 더 우수한 혈당 강하 효과를 나타냈다. 독성 등 안전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어 상용화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재 당뇨병 치료제는 독일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시오노기제약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동제약은 2020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임상2·3상에 대한 IND 승인을 받고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했다. 코로나19를 유발하는 감염원(SARS-CoV-2 바이러스) 치료를 위해 개발한 물질이다. 5일간 복용하는 경구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이 물질은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을 보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만 존재하는 단백질 분해효소(3CL-프로테아제)를 억제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임상에서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코로나19 변이에서 모두 유사한 수준의 바이러스 증식 억제 능력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동제약과 시오노기제약은 국내에서 올 상반기 긴급사용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