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힐하우스, 전기차 신세력 담고 알리바바·비리비리 팔았다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리샹의 대형 플러그인하이브리드 SUV 'ONE'
중국 최대 투자회사 중 하나인 힐하우스가 중국 전기자동차 비중을 늘리고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힐하우스의 계열사인 HHLR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1년 4분기 F13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주식투자 현황을 공개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주식에 1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기관투자가는 매 분기 종료 후 45일 이내에 투자 대상 기업과 지분 등을 담은 F13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HHLR은 힐하우스의 주식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다. 힐하우스는 2021년 3월말 기준 운용자산 690억달러의 중국 최대 투자회사 중 하나다. 국부펀드나 대학 기금, 재단 등의 자금을 받아 주로 아시아지역 기업들에 장기 투자하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와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 등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큰 수익을 올린 것으로 이름을 알렸다.

HHLR은 중국 전기차 신세력 3사 중 하나인 리샹(리 오토)의 지분을 작년 9월말 108만주에서 12월말 500만주로 확대했다. 0.4%였던 지분율은 2.5%로 뛰었다. 또 12만주였던 샤오펑(X펑)의 주식도 12만주에서 66만주로 늘려 0.5%의 지분을 확보했다. 다만 신세력 3사 중 나머지 1곳인 웨이라이(NIO)의 주식은 85만주에서 35만주로 60%가량 줄였다.

HHLR은 작년 4분기에 중국 전자상거래 1위 알리바바와 '중국판 유튜브' 비리비리의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이를 포함해 12종목을 포트폴리오에서 탈락시켰다. 중국 3위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의 주식은 280만주에서 21만주로 대폭 줄였다.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 BOSS즈핀을 운영하는 칸준의 지분도 절반으로 감소시켰다.HHLR은 4분기 중 화장품업체 이시안(逸仙·YATSEN)의 주식을 25만주에서 404만주로 늘렸다. 텐센트가 투자한 싱가포르 게임업체 SEA의 주식도 90만주 추가로 매입했다. 세일스포스와 아마존 지분율도 늘렸다.

HHLR의 작년말 투자규모 기준 10대 기업 중에선 5곳이 중국 기업이었다. 나스닥과 홍콩, 상하이에 3중으로 상장돼 있는 항암제 전문기업 베이진(BGNE)에 가장 많은 19억달러를 투자했다. 아이맵바이오, 징둥닷컴, '중국판 넷플릭스' 아이치이, 리샹 등도 주요 투자 대상이었다.

HHLR의 미국 상장주식 투자 총액은 12월말 기준 64억7000만달러로 6월말 97억1000만달러, 9월말 76억5000만달러에서 지속 감소했다. 주요 투자 대상인 뉴욕상장 중국 기술기업들의 주가가 당국의 압박에 크게 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이번 13F 보고서를 통해 미국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주가가 많이 내린 중국 빅테크들 지분을 늘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알리바바와 핀둬둬, 리샹, 웨이라이의 지분을 늘리고 징둥닷컴을 팔았다. 브리지워터는 알리바바, 징둥닷컴, 핀둬둬, 디디추싱 등의 주식을 사들였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